대중예술에서 사이코패스는 경찰의 포위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살인을 벌이는 지능적인 캐릭터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드라마의 사이코패스 치과의사 역할인 이동욱 배우나 [추격자]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지영민 역할이었던 하정우 배우의 예만 보더라도 대중예술 속 사이코패스에 대한 해석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이코패스들은 영화와 같이 똑똑할까? 과연 사이코패스라는 사실과 지능은 비례할까?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사이코패스가 지능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높다는 것은 오해이다.
이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사이코패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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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란 무엇일까?
-사이코패스(Psychopathy)는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성격 장애 분류이다. 사이코패스의 현대적 개념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 허비 클레클리(Harvey M. Cleckley)가 정립하고, 이후 캐나다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Robert Hare)가 ‘사이코패시 진단표-개정판(PCL-R)’를 개발하면서 완성이 되어갔다. PCL-R은 국내외 수사기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국내 흉악범들 역시 해당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PCL-R에서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일시 사이코패스로 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은 오늘날까지도 명확히 정의되지 못하고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등의 개념과 혼용되고 있지만 연구자들마다 특징을 다르게 설명하곤 한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이코패스는 흔히 ‘자기중심적’,‘유창한 말솜씨’, ‘허풍 및 과시’, ‘이해심 및 책임감 부족’, ‘후회 및 죄의식 결여’, ‘잘못된 행동 합리화’, ‘목적을 위한 사실 왜곡’, ‘거짓말과 속임수를 잘함’, ‘공감능력 부족’ 등의 특징을 크게 띈다.
사이코패스는 정신과적 질병에 속할까?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자와 달리 환상, 망상, 스트레스 등을 겪지 않는다.
이성적인 생각이 가능하며 자신의 행동을 인지할 수 있다. 학계에선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이 아니므로 치료가 아예 불가능,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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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사이코패스와 지능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2004년 미국의 수감된 미성년자 12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Psychopathy in Youth and Intelligence: An Investigation of Cleckley's Hypothesi(2004))에서는 대인관계가 기만적일수록 언어 능력, 창의성, 실용성, 분석적 사고력 등의 능력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정서적 문제가 있을수록 언어 능력은 떨어졌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대인관계 점수가 높다면, 지능이 높게 측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감정·정서 점수가 높다면 언어 능력은 떨어진다.
2014년 이탈리아 범죄 고위험군 정신병원 수감 여성 56명을 대상으로 PCL-R과 RPM IQ검사(Intelligence and psychopathy: A correlational study on insane female offenders(2014))를 진행한 결과 사이코패스 점수가 높은 사람이 IQ점수가 낮았다.
대인관계, 감정-정서, 생활방식, 반사회성 점수가 클수록 IQ점수가 낮게 나왔다. 고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을수록 지능이 낮았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성향 여성들은 계획이 서투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논문은 말한다.
국내에서 진행한 연구도 결과가 비슷하다.
홍수빈,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이자경(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2015년 발표한 ‘범죄자의 지능 및 정서인식력이 정신병질 경향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자면, 살인 등 강력 범죄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87명을 대상으로 PCL-R과 웩슬러 성인지능검사(K-WAIS4 4판)를 진행한다. K-WAIS는 대표적인 성인 지능 검사 도구로, 4판은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 4개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웩슬러 성인지능검사의 ‘언어이해’, ‘작업기억’, ‘처리속도’ 점수가 높을수록 사이코패스 검사의 생활방식 점수는 낮았다. 또한 ‘언어이해’와 ‘지각추론’, ‘작업기억’의 점수가 높을수록 반사회성 점수가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에서 생활방식과 반사회성이 높을 경우 지능이 낮다고 설명할 수 있다.
논문에선, “연구에 한계점이 있다.”면서도 “사이코패스 성향에 영향을 주는 요인 관련 분석은 사이코패스로의 발전 과정을 추론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위 여러 논문 결과에 따랐을 때, 절반 정도는 사실이라 볼 수 있다. 사이코패스를 결정짓는 특성 중 일부는 지능과 반비례하기도, 또 일부는 비례하기도 하기에 정확히 '아니다/맞다'라고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중예술 속 그러니까, 영화나 책 속 사이코패스가 완전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기도 이르다는 것이다.
미래의 심리학 교수가 될 청소년이라면, 사이코패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연구해 명확한 개념을 정의해 볼만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