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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맞춤형 아기'의 탄생을 막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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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은

우연에 맡겨졌던 인간의 유전 형질은 이제 치료의 대상인 동시에 선택 가능한 조건이 되었다. 안전히 믿기에는 불충분한 기술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맞춤형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맞춤 아기, 쌍둥이 여아 ‘루’와 ‘나나’를 둘러싸고 과학계가 떠들석했다. 당시 전 세계 생명과학자들은 시술을 비난하고 부정했다. 그 이유는 유전자 개입이 생명 윤리의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가장 크게 부각되는 점은 바로 안전성의 문제이다. 인류가 유전자 편집이라는 판도라의 상자에 다가서는 이유는 바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 아기 기술의 명목 중 제일 먼저 꼽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 치료에 대하여 생명윤리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유전자와 질병은 대부분의 경우 1:1의 인과관계가 아니다. 하나의 질병에 여러 유전자가 관련된다. 또 하나의 유전자가 질병과 관련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여러 정상적인 기능과도 인관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과연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정말로 안전하게 후손의 유전 질병을 모두 제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만약 예견할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겨나 해악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둘째는 부모에 의한 아기 유전자 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이다. 유전자 편집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 세대의 동의를 얻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박하는 이들은 예를 들어 체외수정이나 착상 전 유전자 진단 등의 경우 예비 부모의 동의만으로도 정당화되듯이,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 역시 부모의 결정만으로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전자 편집 치료의 믿을 수 있는 안전성이 입증되었을 때 성립된다. 아직은 유전자 편집 시술로부터 미래 아기가 얻는 이득이 위험을 능가하지 못한다. 덧붙여서, 그러한 시술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거듭된 실험은 사람을 진열대 위의 상품처럼 만드는 일이다. 이에 관해 영국의 왕립산부인과의사협회의 질리언 록우드 박사는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인간이 수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예방’의 차원을 넘어선 맞춤 아기 출산의 명목이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유전적으로 우월한 아기를 낳기 위한 개입은 사회를 부정적으로 만든다. 선천적 결함을 예방할 수 있는 시대에서 결함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실패작’으로 평가절하된다. 부모 또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해 제거되었어야 할 결함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존재론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유용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를 만든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데, 애초부터 결함을 갖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자녀는 정작 자기 몸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유전자를 선택하지 못하지만, 부모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녀의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부모의 유전자 선택에 의해 태어난 아기가 맞춤 아기이다. 맞춤 아기의 문제점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냐하면 맞춤 아기는 단순히 “자녀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또는 “몇 명의 자녀를 낳을 것인가?” 등의 부모 권리 또는 생식의 자유와는 종류가 전혀 다른 “어떤 종류의 자녀를 낳을 것인가?”의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부모라는 이름은 자녀의 유전자를 결정할 권리를 쥐어주지 못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맞춤 아기’라는 존재는 그 누구에 의해서도 탄생되지 않아야 한다.


관련 기사 - '맞춤형 아기 출산 시대'(?) "어떤 아이로 해드릴까요?"
참고 문헌 - < 생명, 윤리와 정책 (Bio, Ethics and policy) 제 2권 제 2호 2018 > (KoNIBP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작성일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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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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