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서로 대화할까?' 처음 이 궁금증이 들었을 때는 조금 엉뚱하게 느껴졌다. 식물은 입도 없고, 소리를 내어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 관련 책을 읽다가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듯, 숲속의 나무들도 땅속에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드 와이드 웹은 나무와 균류가 함께 살아가는 ‘균근’ 관계에서 시작된다. 균류의 가느다란 실 같은 균사가 땅속으로 넓게 뻗어나가 나무의 뿌리와 연결된다. 이렇게 형성된 균근 네트워크를 통해 식물은 토양 속 물과 무기영양분을 얻는 데 도움을 받고, 균류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든 탄수화물 등을 얻는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네트워크가 식물 사이의 물질 이동이나 신호 전달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식물이 해충의 공격이나 환경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주변 식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숲에서 오래 자란 큰 나무가 어린 나무와 연결되어 영양분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 ‘어머니 나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식물이 정말 우리처럼 ‘대화’를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식물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식물은 화학물질, 호르몬, 전기적 신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반응하며, 균근 네트워크가 그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또한 모든 식물이 항상 서로 연결되어 필요한 물질을 주고받는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도 안 된다. 우드 와이드 웹을 둘러싼 일부 연구 결과와 해석에는 아직 논쟁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 개념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숲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기 때문이다. 숲은 각각의 나무가 홀로 서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뿌리와 균류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을 수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주변의 생물과 환경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우드 와이드 웹은 식물이 인간처럼 대화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우리가 숲을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나무만 보는 것과 땅속의 연결까지 상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일 것이다. 다음에 숲을 걷게 된다면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이 나무 아래에서는 지금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