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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공원

다시 일어 선 나무(벚나무)

담당부서
()
작성일
2018-06-19
조회수
414

  나무이름 : 다시 일어 선 나무(벚나무)

나      이 : 70년(2015년 현재)
 ○ 크      기 : 높이(H)15m×밑동굵기(R)250cm
 ○ 특      징 : 원줄기는 고사되고 옆에서 새롭게 돋아 난 4개이 줄기가 장대하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도 이 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글쎄...워낙 노후해서 올해도 꽃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 ”
“그러게요, 그런데 아직도 살아서 꽃을 피우니....참 신기하지요?”
이른 아침 산책을 나온 두 노부부가 언덕 아래 늙은 벚나무를 가리키며 주고받았다.
“어떤 힘이 이 나무에게 꽃을 피우도록 할까요?”
부인의 말에 노인은 아무 말없이 오래도록 나무를 바라보았다.
벚나무는 알고 있다. 노인의 시선이 오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나무도 노인과 함께 지난 70여년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어쩜 이리 고울까!”
많은 사람들의 탄성 앞에 젊은 벚나무는 우쭐했다.
봄이 되어 벚꽃이 활짝 피면 월미도는 온통 분홍색이었다.
한때는 벚꽃섬으로 유명했던 이곳 월미동산은 봄이면 벚꽃이 분홍구름처럼 피어오르던 화사한 숲이었다. 화사한 벚꽃을 즐기러 ‘꽃열차’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그중에서도 왕벚나무의 꽃이 가장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나무둥치 아래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젊은 왕벚나무는 자존심이 무척 강하고 까다로웠다. 아무도 자신의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였고 다른 벌레나 새들이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했다. 행여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신이 최고가 아니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들어 떨어지는 다른 꽃들을 속으로 무시하며 비웃었다.
“저렇게 지저분하게 시드는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나처럼 화르르 날아가버리는 것이 더 나아.”
벚나무는 절정의 순간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자신의 운명이 좋았다. 벚나무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날, 월미섬에 끔찍한 전쟁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며칠 동안의 포격이 끝났을 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꽃가지는 이미 도막도막 잘려나가고 없었다.
“아, 이젠 다 끝났어.....”
나무는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생각했다.
상처로 인한 아픔보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이 더 절망스러웠다.
칼처럼 매서운 바람이 상처입은 가지를 밤새 저며 왔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신음소리를 낼 때마다 산새와 풀벌레소리가 위로를 해주었다.
자신이 근처에도 못 오도록 싫어했던 산새와 벌레들이었다.
벚나무는 이들의 위로가 비웃는 소리로 들렸다.
“이렇게 비참하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어!”
벚나무는 시름시름 말라가기 시작했다.
 
월미숲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어느날 한 소년이 나무 밑으로 걸어왔다.
‘아, 그 아이야!’
벚나무는 한눈에 그 소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옷은 남루하고 허름해서 형편없이 초라했지만 해마다 봄이면 온가족이 이곳나무 밑에 와서 사진을 찍고 나무를 꼭 안아주던 아이였다.
아이는 벚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나무는 부끄러웠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너도 혼자만 남았구나.”
소년은 아무말없이 잘려나간 나무 둥치에 기대어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많이 아팠겠구나!”
상처로 썩어가고 있는 둥치를 가만가만 쓰다듬어주는 소년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나무야 힘내, 나도 내 힘으로 선생님이 될 거야.”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려 혼자 쓸쓸히 내려갔다. 붉은 석양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소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소년의 멀어져가는 긴 그림자를 바라보며 벚나무는 부끄러웠다. 소년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던 자신이.
벚나무는 자신의 나무 아래서 행복해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행복을 빼앗겨버린 사람들...하늘의 넋으로 날아가버린 사람들 그리고 남은 자들의 슬픔...
나무는 깨달았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란 것을.
 
나무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소년이 쓰다듬어주고 간 곳에서 새로운 가지가 싹트기 시작했다. 쓰러져 썩어가던 둥치에 딱다구리가 집을 짓고 곤충들이 이사하여 새로운 생명을 이어주고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전보다 더 굵고 강한 생명력으로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소생한 나무는 결심했다.
‘이제부터 힘든 이들을 위해 존재하리라!’
 
월미숲에 푸르름이 찾아왔지만 또 다시 군사기지가 되는 바람에 벚나무는 철책 안에서 포로병처럼 오랜 시간을 갇혀 살아야 했다. 그래도 나무는 꽃 피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심한 폭풍으로 가지가 부러져나가고 바닷바람을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졌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니 편했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도 바닷바람도 매서운 칼바람도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도 의연히 버틸 수 있었다. 다른 새들이 와서 집을 지어도, 벌레들이 와서 자신을 먹이로 해도 불평하지 않았다.
남을 행복하게 하니 나무도 행복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소년이 그리웠지만 오랫동안 소년을 볼 수 없었다.
월미숲이 군사기지에서 풀려나자 많은 사람들이 월미숲으로 몰려왔다.
개방 첫날, 벚나무는 멀리서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어느덧 백발의 퇴직한 교장선생님으로 변해 있었지만 따뜻한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나무는 아침마다 소년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오늘도 벚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에 힘을 모았다.
다른 나무들은 겨울잠에 들어가지만 벚나무는 겨울부터 봄을 준비한다.
최선을 다해서 기력이 쇠할수록 더 있는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뿌리가 약해져서 다른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부지런히 땅 속의 영양분을 끌어올린다. 비록 한번 바람이 불면 화르르 날아가버릴 꽃잎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아름답게 꽃을 피우기 위해 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 몰라,’
나무는 수액을 있는 힘껏 빨아올렸다.
많은 사람들의 탄성 앞에 봄이 되어 벚꽃이 활짝피면 월미산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이 든다.

  
 

다시 일어 선 나무(벚나무) 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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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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