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천, 사람 : 2025년 「굿모닝인천」이 만난 사람들
나의 인천 나의 2025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쓴 인천 이야기
2025년, 인천의 시간은
낮고 단단한 자리에서 빛났습니다.
새벽 네시, 첫 버스를 모는 청년의 손.
섬과 육지를 건너는 우체부의 발걸음.
동네 미용실에 번지는 웃음소리.
한 땀 한 땀 온기를 짓는 손길.
세대의 시간을 이어온 사진가의 시선.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오늘의 인천을 세웠습니다.
시민이 살아낸 하루가
인천의 내일이 됩니다.
2025년 「굿모닝인천」이 만난 사람들의 기록.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임학현·김성재

그의 시선은 언제나 앞을 향한다.

청춘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끝없이 펼쳐진 길 위에서, 여정은 계속된다.
#01
답은 길 위에
서기원 | 28세 버스 기사
“오늘도 나는 달린다. 익숙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알 수 없는 이 길을.”
새벽 네시,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며 길을 비춘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들.
스물여덟 살 서기원은 오늘도 첫 버스의 시동을 건다.
한때는 전혀 다른 길을 꿈꾸었다.
카지노 딜러. 화려한 조명 아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순간을 동경했다.
1년 만에 대학을 그만두고 멈춰 섰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답은 길 위에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단다.”
그렇게 운전대를 잡고 길 위에 섰다.
“나의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만남이 그를 기다린다.
청춘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가 여는 길 위로, 새벽빛이 서서히 스며든다.

마지막 봄, 마지막 편지. 마음을 담아 전하는 작은 안부

스물세 해 동안, 그는 바다보다 깊고 푸른 마음을 건넜다.
#02
바다를
건너는 사람
이선희 | 23년 차 북도우체국 집배원
“편지는 약속이에요.
누군가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스물세 해,
그는 바다를 건너 섬과 섬 사이를 이었다.
육지에서 배로, 배에서 두 바퀴로, 다시 걸어서.
눈이 허벅지까지 차오르던 날도,
폭우에 신발이 푹 젖어 들던 날도,
그는 아침 빛이 채 번지기 전에 우체국 문을 나섰다.
“오늘 같은 날은 안 와도 되는데….”
걱정 섞인 말에 그는 말없이 웃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눈보라도 하루의 일부인 듯이.
우편 가방 속 편지는 단지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합격 통지서, 누군가의 삶을 지탱할 연금 봉투…. 그 안에 담긴 기다림의 무게를 그는 안다.
마지막 배달을 마친 날, 아흔셋의 할머니가 말했다.
“스물세 해 전에 참 예뻤어. 지금도 여전히 예뻐.”
그 주름진 눈에는 그날의 햇살 같은 청년이 그대로 서 있다.
그가 묵묵히 오토바이에 오른다.
다리 위로, 그가 건넌 스물세 해의 시간이 천천히 멀어져 간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은 공간,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길

오래된 단골의 미소처럼, 그의 손끝은 마음을 품어 주었다.
손길이 닿는 순간, 웃음도 따라왔다. 삼십 년 마음이 머물던 자리, 우리 동네 미용실
#03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
성정이 | 50년 차 양지 미용실 원장
“이곳에 오면 그냥, 마음이 좀 괜찮아져요.”
삼십 년,
골목 깊숙이 한 자리를 지켜온 동네 미용실.
웃음소리가 드라이기 소리보다 먼저 들리는 곳.
열여덟 살, 방직공장 기계 앞에 섰을 때
귀를 찢는 쇳소리는 밤잠까지 앗아갔다.
소리 없는 곳에서 사람을 마주하고 싶었다.
얼굴을 바라보며, 그 하루를 조용히 받아 안고 싶었다.
그렇게 가위를 들었다.
첫 손님의 머리를 매만지던 날,
손님이 말했다. “손길이 따뜻하네.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요.”
그때 알았다.
자신의 손길이 닿는 것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오십 년이 흘렀다.
가위를 드는 순간마다 그는 여전히 마음부터 살핀다.
오늘도 이른 아침, 미용실 문이 열린다.
낡은 수첩 위로, 단골들의 이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한 올 한 올, 누군가의 겨울이 조금 따뜻해졌다.

바느질이 멈추지 않는 이유, 떠오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04
온기를 짓는 손
강현미 | 뜨개 봉사자
“이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한겨울, 눈발이 흩날리던 밤.
강현미 씨는 털실 뭉치를 꺼내 바늘을 움직였다.
실 한 올 한 올에 온기를 담으며.
처음엔 서툴렀다.
바늘이 자꾸 미끄러지고,
담요 하나를 완성하는 데 꼬박 열두 시간이 걸렸다.
자원봉사를 하며 마주한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추위에 어깨를 잔뜩 웅크리던 모습이.
그렇게 한 땀 한 땀 마음을 다해 실을 엮기 시작했다.
“이 담요 덕분에 올겨울은 덜 춥겠어.”
어르신들은 그가 짠 담요를 두 손에 꼭 쥐었다.
요즘 그는 밝은색 실을 고른다.
“따뜻한 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 온기가 마음에도 전해지면 좋겠어요.”
늦은 밤, 그가 마지막 매듭을 짓고 담요를 접는다. 내일이면 이 따스함이, 누군가의 마음을 감쌀 것이다.

과거의 빛, 내일을 비추다. 1970년대 인천의 시간이 한 장면에 머문다.

2대 임정의와 3대 임준영. 어제와 오늘을 잇고, 내일을 향해 초점을 맞춘다.
#05
빛으로 잇는 시간
임인식 · 임정의 · 임준영 | 3대 사진가
1950년 9월, 월미도.
포화 속에서 임인식은 셔터를 눌렀다.
그가 담아낸 것은 전쟁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었다.
1970년대, 인천항.
임정의는 산업화의 굉음 속에서 도시를 기록했다. 수평과 수직 사이로, 시간은 낮은 숨결처럼 흘러갔다.
2025년, 같은 바다.
임준영은 노을 속 웃음소리를 좇는다.
전쟁의 바다는 평화의 빛으로 물들어 있다.
세 세대가 건너온 75년.
렌즈 너머로 그들이 바라본 것은 결국 하나, 도시의 기억, 곧 ‘살아 있는 역사’다.
할아버지의 카메라를 손에 든 손자가 말한다. “기록은 내일의 시간에 맡기겠습니다.”
오후 햇살이 깊어져 간다. 고요히, 빛이 머문다.
Epilogue
하루가 지나간 자리에 잔잔한 빛이 머무릅니다.
그 빛은 사람이 남기고, 도시는 그 흔적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건넨 하루가 인천의 내일을 열어 갑니다.
2025년의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의 첫 빛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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