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열린 도시, 인천 - 열린 공간, 미술관 | 인천 뮤지엄파크
인천시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이 될 인천 뮤지엄파크
인천 뮤지엄파크(가칭)는 인천광역시 최초의 시립미술관이자 도시를 대표하는 동시대(현대)미술관이다. 이는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나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각 도시에서 수행해온 역할처럼, 인천 시민의 문화적 일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 민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인천 뮤지엄파크 설계

자부심의 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우리나라에서 동시대 미술관의 역사는 아직 길지 않다. 불과 10여 년 전, 우리가 설계하고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비로소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대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고, 이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인 동시에 그 성취를 넘어서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 막중한 책임으로 다가온다.
아랍에미리트의 루브르 아부다비를 비롯해 중동 지역에는 글로벌 건축가와 오일 자본에 의해 건설된 여러 미술관들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지역의 고유한 문화 경험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중요한 한계를 드러낸다.
인천 뮤지엄파크(가칭)의 근본적인 목표는 인천 시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의 시설이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근사한 건축물을 짓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적극적으로 관계하며, 건축이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터가 지닌 가치, 장소특정적 미술관
그 첫 번째 단서는 미술관이 놓일 터 자체에 있었다. 주변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매립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지만, 미술관 대지 안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시간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 대지를 가로지르는 옛 해안선의 흔적은 바다와 육지
육지의 경계가 한때 이곳에 존재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육지 쪽의 낮은 언덕에는 1950년대 냉전기의 유산인 극동방송국과 그 사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반면, 매립된 바다 쪽에는 1980년대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옛 OCI 사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간층을 하나로 지워내거나 단일한 이미지로 환원하기보다 복합적인 흔적들이 공존하며 읽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서 설계는 출발했다. 차이나타운이 개항기의 역사를 대변한다면, 이곳의 극동방송국과 사택은 1950년대 냉전의 시간을 상징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박물관의 주요한 모티브로 삼았다.
옛 OCI 사옥은 동시대 미술관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철골 구조가 외부로 드러난 독특한 입면은 당시 산업 건축의 미학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건축이 지닌 상징성과 구조적 정체성은 보존하되, 내부의 불필요한 구조를 과감히 덜어내어 예술을 담는 장소 특정적 전시장으로 재구성하였다. 산업화의 기억을 품은 구조체는 더 이상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을 수용하는 무대로 전환된다.
이 전시 공간은 도시를 대표하는 대형 전시 인프라로서 특정 작품이나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수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의 역사적 맥락과 관계를 형성하며 전시 공간의 의미를 확장해온 기존 사례들처럼, 인천의 이 공간은 우리나라 근대 산업화의 기억과 동시대 예술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장소가 된다.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술 경향을 담아낼 수 있는 전시실들이 단계적으로 구성되며, 인천 뮤지엄파크의 주요 공간적 인프라를 형성한다.

OCI 외관이 복원된 뮤지업파크 로비홀

박물관 매스의 공원 및 도시와 결합

상설전시의 입구 바다와 극동방송국의 풍경
일상 속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서울관이 개관하기 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었지만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만 방문할 수 있는 ‘특별한 목적지’에 가까운 장소였다. 이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관의 등장은 이러한 미술관 경험을 바꾸어 놓았다. 다른 일정을 위해 도심을 찾은 김에 잠시 들러 필요한 전시만 선택적으로 감상하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로써 예술 감상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경험으로 전환되었다. 미술관이 ‘목적지’가 아니라 일상의 동선 속에 스며드는 장소가 되었다.
인천 뮤지엄파크 역시 인천 시민들에게 이와 유사한 일상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특히 공원이라는 열린 도시 인프라 안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함께 배치됨으로써 산책·휴식·문화 감상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중첩되는 새로운 도시적 경험이 형성될 것이다. 이는 방문을 전제로 한 시설을 넘어 시민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기억되는 문화적 장치로서 인천 뮤지엄파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기반이 된다.
시간과 역사의 축적을 중시하는 박물관이 과거를 다루는 공간이라면, 동시대 미술관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작가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인천 뮤지엄파크는 이러한 변화된 관객의 역할을 수용하는 공간적 기반을 통해 예술과 도시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문화적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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