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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굿인이 만난 사람 | 라면평론가 지영준

2026-05-22 2026년 5월호

오늘도, 라면입니다

지영준 라면평론가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범기 포토디렉터


“라면은 우리나라에 큰 힘이 된 음식이죠.”

라면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을 반짝이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 사람. 대한민국 유일의 라면 평론가 지영준 씨다.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음식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열에 일곱은 라면을 이야기할 것이다. 1963년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된 이후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라면은 우리의 허기를 채워주기도,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다. 강원도 홍천 출신의 그가 인천에 둥지를 튼 지 4년. 지금 이 도시, 인천에서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는 지영준 평론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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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매점에서 시작된 꿈


수능을 네 번 봤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군대에 갔고, 그 시절 그를 붙잡아준 건 뜻밖에도 군매점 한구석에 줄지어 있던 라면이었다.

“전역 전까지 군매점에 있는 라면을 다 먹어보자고 결심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전역 후 블로그에 먹은 라면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됐죠.”

2013년의 일이다. 당시 ‘라면 매니아’로 활동하던 그는 바로 라면 평론가의 길을 택하진 않았다. 제대 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해 충남 서산의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교사 일도 저한테 잘 맞았거든요. 섣불리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하고 싶다면 그때 가서 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가 스스로 다짐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어떤 일이든 5년은 해봐야 안다는 것과 4년 근무로 주어지는 1급 정교사 자격을 받고 결정하겠다는 것.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열정이 남아 있다면, 그때 새로운 곳으로 걸음을 돌릴 생각이었다.

교사로 근무한 지 만 5년이 되던 2023년 초, 그는 교편을 접고 라면 평론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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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평가한다는 것


지영준 평론가는 라면을 평가할 때 ‘맛’만 보지 않는다. 맛과 가격, 독창성과 구입 편의성. 이 네 가지 기준으로 마치 작품을 평가하듯 한다.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우면 좋은 라면이라고 할 수 없어요. 시민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하죠.”

현재 국내에는 600여 종의 라면이 유통되고 있으며, 매달 10~15종이 새로 출시되고 또 사라진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라면은 경쟁력과 독창성을 모두 갖춘 것들이다. 그가 꼽는 대표적인 예가 삼양 ‘불닭볶음면’과 오뚜기 ‘콩국수 라면’이다.

“한 시대를 바꾼 라면이라고 할 수 있죠. 없던 것을 만들어 낸 라면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습니다.”

그는 협찬이나 광고는 일절 받지 않는다. 기업의 수많은 러브콜과 제안이 있었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거절하고 있다. 소비자의 눈으로, 소비자의 입으로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라면은 기름에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느끼함이 있습니다.

그 느끼함을 매운맛으로 잡는 것,

오랜 시간 발전해 온 그 기술이

우리나라만의 노하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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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위대한 한 끼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1963년 출시된 삼양라면이다. 6.26 전쟁 이후 식량난이 극심하던 시절,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가 일본의 기술을 배워 저렴하고 든든한 한 끼를 만들어냈다.

“라면은 처음부터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음식이었어요. 그래서 한국 라면은 저렴하고 양도 많습니다.”

최근 한국 라면은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한류의 영향도 크지만, 그 바탕에는 우리의 기술력이 있다.

“라면은 기름에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느끼함이 있습니다. 그 느끼함을 매운맛으로 잡는 것, 오랜 시간 발전해 온 그 기술이 우리나라만의 노하우입니다. 해외에서는 아직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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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꿈꾸는 라면 박물관


그의 꿈은 세가지다.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맛있는 

라면을 소개하는 것,

라면학과 설립에 기여하는 것,

인천에 라면 박물관을 세우는 것.



인천 사람인 아내를 따라 이 도시에 온 지 4년. 지영준 평론가에게 인천은 이제 활동의 터전이자 꿈을 펼칠 무대다. “인천은 ‘면’과 많은 관련이 있는 도시에요. 최근 라면 박람회도 열렸고, 인천에서 만들어진 쫄면, 화평동 냉면 거리 등 많은 역사와 문화가 있죠.”

동인천과 제물포 일대의 오래된 라면집들, 강화 쌀로 만든 비건 라면,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라면 가게 사장님들. 그는 인천 곳곳에서 라면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의 꿈은 세 가지다.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맛있는 라면을 소개하는 것, 라면학과 설립에 기여하는 것, 인천에 라면 박물관을 세우는 것. 현재 식품학 편입을 준비 중이며, 석사 논문 주제도 라면으로 정했다.

“라면은 제게 동반자이자 너무 고마운 존재예요. 인류에 기여한 것에 비해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라면을 더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라면과 함께하는 사람. 그럼에도 그에게 라면은 매일 새롭고, 맛있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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