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열린 도시 인천, 열린 공간 미술관
열린 미술관,
지역 밀착형 미술관
글. 고충환(미술평론가)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시립미술관은 근대와 현대를
아카이빙 하는 기억의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
인천문화양조장의 스페이스빔
인천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계 인프라를
견인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미술관이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박물관의 역사는 근대 이전으로 소급된다. 미술관 이전에 박물관이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은 박물관의 원형이라고 해도 좋을 분더카머Wunderkammer에서 왔다. 독일어로 경이로운 방,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이란 의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상의 모든 진귀한 물건들을 그러모아 놓은 방이다. 어쩌면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을 전시한 방이란 점에서,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관상하고 향유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권력욕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식민제국주의와 과학의 발달이라는 음과 양이 그 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이런 거대 담론보다는 자기만의 방, 숨어 있기 좋은 방과 같은, 미시적인, 사사로운, 심리를 은유하는 차원에서 재소환된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박물관은 처음부터 닫혀 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다. 폐쇄적인 관점을 견지해서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그렇고, 생리적으로 그렇고, 여건과 환경이 그렇다. 그리고 그 구조와 생리, 여건과 환경에는 일정 정도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반면 이젤 페인팅(건축의 한 부분으로서 벽화에서 분리된 회화의 등장이 계기가 된)과 대중문화의 산물인 미술관은 처음부터 열려 있었고, 앞으로도 더 열릴 것이다. 그렇게 미래의 미술관은 열린 미술관을 지향해야 한다. 여기서 열린 미술관은 단순히 더 많은 대중에게 그 문을 열어야 한다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움직이는 미술관, 가변적인 미술관이라는, 그리고 여기에 특화된 미술관, 지역 밀착형 미술관, 거점으로서의 미술관이라는, 현대적이고 복합적인 시대적 요청이 결부된 의미로 보아야 한다. 공간적인 의미로서보다는 기능과 효율이 강조되는, 인식 전환과 결부된 의미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열린 미술관은 어떤 미술관인가. 인천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특화된 미술관을 실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연후에라야 지역 미술계와 관련한 인프라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미술관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의 지역적 특수성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질 수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인천은 개항의 역사를 선도하고 선취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주민과 같은 유동 인구가 많아서 인천 연고 작가층이 두터운 편이다. 이로부터 이주와 정착 문제를 테마로 한 디아스포라와 유목을 주제로 한 미술관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에 개항사와 함께 선교사와 같은 소위 작은 역사를 담론으로, 주제로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동이 활발한 지점에서는 제3의 예기치 못한 현실에 해당하는 크레올 문화가 자생할 수 있다. 외래적인 것을 자기화하는 과정에서 외래적인 것에 대한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활성화한다는 말이다. 이로부터 근대와 현대가, 이주와 정착이, 외래적인 것과 내재적인 것이 서로 부딪고 스미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발상과 독창적인 예술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고, 실제로도 이를 실현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천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여성미술 비엔날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도시이기도 하다(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지만, 여기서 평가를 다룰 문제는 아니다). 이런 연유로 여성주의 미술관을, 아니면 아예 이를 확대 적용한 타자들의 미술관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앞서 인천의 지역적 특수성과 관련해서 제기되었던 가능성의 지점들을 아우르는 미술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천은 대안공간과 함께 도시재생 담론의 전초기지 역할을 도맡아온 부분도 있다. 현대미술의 다변화에 따른 체질 전환과 관련되는 부분으로서, 인천은 국내에서 대안공간이 사실상 처음으로 문을 열어 성공적으로 정착한 도시로 알려져 있고, 도시재생과 관련해서도 활발한 담론과 형식실험이 왕성했던 부분이 있다. 관련해서 그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지금도 그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 형태의 공간들이 있어서 현대미술을 리드하고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도맡고 있다.
앞으로 문을 열게 될 미술관이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생활 현장에서 커뮤니티아트를 실천해 오고 있는, 기왕의 거점들을 네트워킹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심포지엄의 형식을 빌린 조각공원 유치와 함께, 미술관 소장품을 대중에 공개하는 개방형 수장고와 같은, 일반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는 미학적 장치를 통해 열린 미술관을, 지역 밀착형 미술관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덩달아 특정 주제 중심의 특화된 미술관도, 미술관을 포함해 공간을 옮겨 다니면서 전시를 진행할 수 있는, 미술관 밖 공간을 아우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보다는 기능에 방점이 찍힌, 거점으로서의 미술관도 가능한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네트 메사제, <기숙생들>(1971-72)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여성작가의 작품. 인천시립미술관은 여성사미술관, 타자들의 미술관과 같은, 특화된 미술관을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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