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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뒷산에 소쩍새 우는 '사이버타운'

2003-06-10 2003년 6월호
강화에 사는 김두리(65세)씨는 ‘화도면 장화리 산 32번지’라는 주소 말고도 두 개의 주소가 더 있다. 그이가 딴 살림(?)을 차린 곳은 다름아닌 사이버 영토. 자판을 영문으로 바꾼 뒤 이름 ‘두리’를 그대로 치면 써지는 ‘enfl’가 아이디인 그이는, 이메일 주소를 실제의 집보다 더 가치있게 여긴다.
김씨에게 컴퓨터는 ‘육십오년 살다 살다 이렇게 좋은게 또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터지게 만드는 새로운 세계였다. 거의 매일 과테말라에 가 있는 아들내외, 손주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고 조만간 화상채팅도 할 생각이다.
해외 뿐이랴. 영화관련 사이트를 방문해서 현재 상영중인 영화의 스토리를 미리 감상하고 가끔 게임도 즐긴다. 요새는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고 있어서 평생 꿈이었던 글을 써서 책을 내보고 싶은 계획도 눈앞에 그려보고 있다. 이런 저런 일로 그는 하루 평균 두세시간 꼴로 사이버세상 나들이를 한다.
이런 변화는 비단 김씨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장화리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뿌려진 혜택이다. 불과 9개월 전까지만 해도 김씨를 비롯한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같은 일은 언감생심, 꿈같은 얘기였다.
컴퓨터를 끄고 켜는 일도 무서워서 심호흡을 가다듬을 만큼 컴맹이었던 그네들에게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장화리의 ‘정보화마을’ 지정이다. 농·어촌이나 산촌처럼 소외된 곳에 초고속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주민들의 생활에 정보화가 자리잡게 하고 그것이 결국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보자는 취지로 정부가 마련한 사업이다.
2002년 9월 6일, 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컴맹탈출작업’이 시작됐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우선 지역 주민 51명이 PC에서부터 인터넷 이메일 활용까지의 과정을 교육받았다. 교육은 인천대학교 장근교수가 맡았다. 컴퓨터를 끄고 켜는 것을 배우는데 사흘, 마우스를 만질 수 있게 되기 까지 나흘, 그렇게 컴퓨터에 입문하기 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장화리가 정보화마을로 지정될 때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을 교육하며 과정을 쭉 지켜본 강화군 전산담당 송금주 팀장은 “솔직히 처음엔 인내력에 한계를 느낄 정도로 힘들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게된 지금은 하루하루가 보람 있다”고 한다.
‘그냥 농사나 지으면 됐지, 이 나이에 컴퓨터는 배워 무슨 필요 있나’하고 냉담했던 주민들도 차츰 재미를 붙이게 됐다. 교육시간이 저녁인데다 마을에서 20여분이나 떨어진 곳에서 교육이 이루어졌음에도 열기는 나날이 고조되어 갔다. 최고령자인 김금례(73세) 할머니부터 장혜자(36세)씨 까지 모두 80여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지난 2월엔 우리시가 전액 시비로 85대의 컴퓨터를 주민들에게 보급했고 3월엔 KT 서부본부의 지원으로 초고속 통신망이 개통됐다. 4월 28일엔 정보화의 요람이 될 마을의 정보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 안에는 컴퓨터 15대와 빔프로젝터, 전동스크린, 프린터 등이 설치된 주민정보화교육장을 비롯해서 회의실, 디지털카메라, 캠코더와 각종 민원 증명을 발급 받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가 갖추어져 있다.
마을 주민 2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이 60세 이상의 노인인 장화리 사람들은 주로 쌀, 고추, 감자, 속노랑고구마, 버섯, 포도 등 농산물을 재배하며 산다. 앞으로는 마을 홈페이지를 이들 생산품을 소비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통로로 만들 계획이다. 또 전국 최고라는 이 마을의 낙조를 지구촌 사람들 모두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서비스할 구상이다.  
강화초지대교에서도 한 이십여분을 달려가야 닿을 수 있는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버드러지’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마을사람들은 도시에서 한발자국 비껴나 있어 세상소식에 더딜 것 같지만, 사이버세상에서 만큼은 한복판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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