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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골고루, 제때에, 그리고 즐겁게

2001-05-14 1999년 4월호

위장병으로 방금 진료받고 나간 할머니가 다시 문을 열고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표정으로 해로운 음식, 가려야 할 음식이 뭐냐고 물어오신다. 이럴 때 내 대답은 한결같이 "맵고 짜고 자극성 있는 음식만 피하세요"다. 할머니는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시 물어오신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먹어도 돼요." "예, 과식만 하지 말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하루에 한두번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의학적 전통 때문에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병이 걸렸을 때 먹으면 안되는 식품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돼지와 닭은 오랜동안 인류에게 훌륭한 영양원으로 봉사해왔고 최근엔 돼지고기가 몸에 축적된 중금속까지 배설해주는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이듯 많은 사람들이 만병통치약이나 특효가 있는 별난 식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연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식이요법이다.

오래전부터 먹어온 일상식품은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먹어 안전성이 확인된 음식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건강보조식품의 광고에 현혹돼 오히려 비싼 돈주고 건강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본다. 백년묵은 산삼, 백사 등 흔히 최고의 보약으로 치는 것들이 과연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는지, 추측컨데 불로초 환상이라는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붙어있는 것이므로 돈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 같다. 인체는 끊임없이 새로운 물질을 받아들여 새로 형성되며 기존 물질을 배설해내고 있다.

즉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 몸을 구성하는 인자가 상당 부분 대체된다는 것이다. 이는 팔당댐 물이 항상 그대로 차있어 보이지만 조금씩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새물로 대체되어 언젠가는 완전 물갈이가 되는 것과 같다. 즉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일시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약을 찾는 노력과 비용을 식습관을 개선하는데 기울여 장기적인 효과를 얻으라고 권하고 싶다. '식사는 1일 1회 규칙적으로 먹고 과식을 피하고 골고루 먹도록 하자' '음식은 꼭꼭 씹어 천천히 먹고 과식을 피하고 조금 고픈 듯 먹자' '커피와 술은 조금씩만 즐기고 맵고 짜고 자극성 있는 음식을 줄이자' '편안하고 즐겁게 식사하자.' 요약하면 일반식품을 '골고루, 제때에, 싱겁게, 알맞게, 즐겁게' 먹자이다. 익히 들어온 쉬운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실천은 어렵다. 인간의 3대욕구중 하나를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에게 보다 건강한 생활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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