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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저기를 헐면 틀림없이 등극하실 것입니다"

2001-05-16 1999년 7월호

구선복은 방자하게 권력을 휘둘러 위로는 정승에서 아래로는 미관말직에 이르기까지 능욕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일설따르면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일 때, 그 뒤주를 짜서 바친 사람이 바로 구선복이었다고 전해진다. 구선복이 병조판서의 자리에 있었을 때였다. 수사(水使)를 지낸 그의 부친의 산소를 쓰는데 명당을 찾느라 골몰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명당인 서곶 용두산(龍頭山)에다 장사를 지냈다.

그리고는 주민들을 시켜 묘소까지 길을 닦고 연못을 팠으며 묘막을 짓고 묘지기를 두어서 잘 관리하도록 했다. 어느 날 풍수지리에 밝은 대사 한 명이 구선복을 찾아갔다. 구선복은 자랑삼아 자기 부친의 묘소를 대사에게 보여주었다.

"대사 어떻소? 이만한 자리면 명당이라 할 수 있겠소?"

"아 네, 명당은 분명한데, 아직 고물이 차지 못하였사옵니다."

"아니 대사, 그게 무슨 말이오?" "이 혈(穴)이 용두혈(龍頭穴)이온데 용의 머리가 어째 덜 된 듯하옵니다. 저길 좀 보십시오." 구선복은 대사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대사, 저곳이 어떻단 말이오?"

"네, 저쪽을 헐어야 용머리의 형국이 완연하겠사옵니다. 저기를 헐면 틀림없이 장차 판서께서 등극하실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듣고 구선복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신하로서 감히 품을 수 없는 왕위까지 욕심을 내고는 많은 사람을 동원해 대사가 가리키는 쪽을 헐어냈다. 그러나 구선복은 그 뒤 등극은커녕 세자 책봉문제에 연루되어 역적으로 몰려 아들, 조카와 함께 죽음을 당했다. 일설에는 그 대사가 구선복 집의 옛날 종이었다고 한다.

대사가 종으로 있을 때 구선복에게 몹시 시달림을 받아 그 집을 뛰쳐나와 몇 십년간 도를 닦아 대사가 되어 옛날의 원수를 이렇게 갚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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