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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막걸리 한잔에 삼치 한점, 살~살 녹네, 녹아

2002-09-02 2002년 9월호


B5용지만큼 넓적한 삼치구이를 먹어 본 적이 있다면, 장소는 분명 동인천 삼치거리였을 것이다. 옛 축현초등학교 뒷담을 타고 늘어서 있는 삼치거리는 대한민국 유일의 삼치구이전문거리이다. 적어도 인천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골목에 은근히 배어있는 고소한 구이냄새와 막걸리 한 사발에 얽힌 추억 한 접시쯤 갖고 있을 게다.
이 골목의 터주대감이라는 ‘인하의 집’사장 홍재남(70세)씨가 이곳에서만 벌써 40여 년 째 삼치를 굽고 있다니 내력을 따지자면 인천최고의 맛 골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청년시절 이곳을 찾았던 이들이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찾기도 할 만큼 이 골목에 기대는 향수는 유별난 것이다. 입이 기억하는 추억이 더 질긴 법이니까. 
예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다들 처음에는 ‘싼 맛’에 이 골목을 찾는다. 서너 명이 둘러앉아 3,000원짜리 삼치 구이 한 접시에 3,000원 짜리 막걸리 한 되면 요기를 할 수 있다. 주머니에 ‘배춧잎’ 한 장만 있어도 어깨를 쫙 펼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바로 이 골목의 매력이다. 그러다 보니 대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삼치와 막걸리 맛에 인이 배겨 버릇처럼 찾는 장년층까지 가세해서 20대부터 70대 까지 특별한 고객이 따로 없단다.
‘삼치구이는 특별한 양념이 없는데도 간이 적당히 배어 있어 안주 감으로는 최고’라는 게 먹어본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다 보니 삼치구이의 맛은 얼마나 맛있는 상태로 구워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너무 타거나 혹은 설익어도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할 수 없다. 어떤 솜씨로 구워내느냐는 전적으로 굽는 이의 노하우이다.
상에 나오는 삼치구이의 크기는 큰 갈치 대여섯 토막 정도를 붙인 것 만하다. 모든 부위가 다 맛있지만 뱃살은 가시가 없고 부드러워 여성들이나 아이들 먹기에 좋고, 뼈있는 쪽은 들고 뜯으면 그대로 삼치갈비가 된다. 삼치를 한 점 떼어낸 뒤 깍두기처럼 큼직하게 썬 양파와 고추가 버무려진 소스에 찍어먹는데, 삼치 위에 양파와 고추를 한 점씩 얹어 먹으면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삼치 먹는 데 빠질 수 없는 찰떡궁합은 역시 ‘인천막걸리’이다. 옛날 식으로 보통 한 되라고 하는 2ℓ들이 노란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를 내주는데, 작은 사발로 예닐곱 잔정도 나온다. 집집마다 주특기는 삼치구이이지만 오징어 데침이나 계란찜, 도토리묵, 홍합탕, 순두부, 김치찌개, 알탕, 불낙전골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함께 곁들여 먹어도 좋다.
‘동인천 삼치골목’에는 모두 13곳의 삼치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하고 있지만 골목전체가 하나의 가게 같은 가족 분위기이다. 오죽하면 일년에 딱 두 번 있다는 이 골목의 전체휴일이 삼치구이 장사를 하는 가족들의 야유회와 정월대보름 척사대회일까. 삼치를 구워내는 것은 ‘불’아니라 그보다 더 뜨거운 ‘인정’인가 보다. 

 

 

●● | 찾아가는 길 | 동인천역에서 대한서림을 지나 자유공원 올라가는 길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지금은 공사중인 옛 축현초등학교 뒷담길 바로 앞에 놓인 삼치거리 입간판이 보인다. 그 골목을 사이에 두고 13집이 도란도란 모여있다. 차를 가져올 경우 대한서림 쪽은 자유공원에서 내려오는 일방통행이므로 올라가지 못하고 대신 킴스클럽 방면을 이용해야 한다. 주차는 (구) 인천여고 자리에 있는 미추홀 문화회관이나 삼치골목으로 들어오면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 | 영업시간은 |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이고 매월 첫째 둘째 화요일 날 쉬지만 두 조로 나누어 번갈아 쉬기 때문에 365일 연중무휴인 셈이다. 다만 상조회 야유회와 대보름 척사대회에는 전체적으로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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