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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아이들을 위한 작은 공간

2003-04-09 2003년 4월호

거의 20년 전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내내 친구와 함께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도서관 주위가 허허벌판이어서 눈온 밤에는 조심스레 걸어가던 기억, 도서관을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불을 끄고 나오던 기억들…. 한때는 취업을 위해 찾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6살 된 아이의 손을 잡고 쉬는 주말에 가서 책도 읽고 빌려오기도 한다. 그만큼 도서관은 내 삶에 많은 추억을 남겼다.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도서관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열람실 좌석표의 자동발급기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한 내가 빌리고자 하는 책을 컴퓨터로 입력하면 대출 가능 여부를 알 수 있고 대출 가능일을 일일이 사서선생님께 여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난 아이가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쉬는 날이면 도서관을 찾곤 한다. 나와 같은 심정으로 오는 부모들이 많은 탓인지 아동열람실은 늘 북적거린다. 칸막이 안으로는 유아열람실, 한쪽 벽으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컴퓨터들, 그리고 그 앞으로는 아동용 책상들이 놓여져 있다.
나도 그들의 옆자리에 아이와 함께 앉아 본다. 책상의 높이가 가슴까지 온다. 우리 아이는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환경에서 바른 자세로 앉아서 읽으라고 하기가 무색했다. 인터넷 검색방이니 자료검색용 컴퓨터니 모든 것들이 정보화시대에 발맞추어 구색을 갖춰 가는 반면 아이들 책상은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더불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환경, 즉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가령 벽이나 바닥재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조성하고 책꽂이와 독서공간의 분리, 열람실 문의 자동 닫힘 장치 및 문의 당기는 방향을 변경해 열람실 안에서 신발을 벗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등이다. 분명 중앙도서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래를 이끌어 갈 기둥이라고 말한다. 좋은 양서를 많이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우리의 장래를 책임져야 한다면 그들의 정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현재 중앙도서관 외벽공사가 한창중이다. 허물고 다시 짓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을 느낀다. 밝아진 외벽만큼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이남경 (남동구 구월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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