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바다와 숨바꼭질하며 달리는 섬
바다와 숨바꼭질하며 달리는 섬
영흥으로 가는 길은 싱겁다. 배밑둥 스쿠루가 바다에 펼쳐놓는 파도발을 구경한다 싶으면 바로 땅이다. 25분만에 우리를 영흥도에 떨궈놓고, 배는 다시 다음 기항기인 선재도를 향해 머리를 튼다.
숲길 거닐며 바다보는, 영흥도
어느 시골 읍내같다. 선착장에서 바닷가로 가려면 다소 번잡스러운 작은 길을 지나야 한다. 그 골목으로 관광객을 실은 마을버스도 지나가고 섬에 단 두 대뿐인 갤로퍼택시도 달린다.
얼마 못가 갈림길 앞에 서있는 이정표에 발길이 막힌다. 한쪽은 통일사·장경리해수욕장·영흥도해군전적비를 가리키고 있고, 다른 한쪽은 십리포해수욕장을 가리키고 있다. 일단은 좌향좌(左向左).
통일사
제법 잘 닦인 2차선도로를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면 5분여만에 작은 팻말이 보인다. 통일사라 쓰여있다. 사찰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꼬불꼬불 앞이 보이지 않는 숲길이다.
숨이 찰 듯 싶을 때쯤 담아한 사찰이 보인다. 지난 92년에 조성됐기에 세월의 넉넉함을 맛보긴 어렵지만 산속에 숨겨져 있어 매미소리와 가끔 들리는 풍경소리 외에 잡음이 없다. 이북에 가족을 둔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달래고 하루빨리 통일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통일사라 했다.
장경리 해수욕장
때마침 썰물때다. 통일사에서 5분여를 달려 도착한 장경리해수욕장은 맨살을 드러낸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물이 빠지면 사람들은 부랴부랴 바다로 나간다. 손에는 다들 크고 작은 그릇이 들려있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꺼내기' 위해서다.
해수욕도 좋지만 사람들은 바지락 캐는 재미를 더 솔쏠해하는 것 같다.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이들은 정해진 지역안에서 누구나 바지락을 캘 수 있다. 굵은 모래와 자갈, 조개껍질이 섞여있는 해변이라 발가락에 전해오는 느낌이 다소 거칠다.
바다를 마주보며 바다보다 어른키만큼 높은 곳에 노송숲길이 곧게 뻗어 있다. 숲 뒤로는 마을을 낀 들녘이 있어 바람이 막힘없이 분다. 나무그늘아래 텐트를 치기도 하고 차를 대기도 한다.
식수·샤워시설 모두 넉넉하고 민박집도 충분하다. 구판장과 식당 등 모든 시설을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해 '바가지'가 없다. 노래방이나 오락시설도 일부러 만들지 않았단다. 때문에 가족끼리 한가하게 즐기려면 선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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