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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논두렁이 끝나는 곳, 그곳이 바다-새들의 섬, 보름도

2001-05-30 1997년 9월호

보름도로 향하는 뱃길, 비.
비가 자주 많이 내릴 것이란 일기 '오보(誤報)' 탓에 올여름 빙과 업계가 발을 동동굴렀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며 강화행 버스를 타던 날, 비가 왔다. 여름의 끄트머리에 겨우 매달린 비다.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다시 20분. 외포리 선착장엔 때늦은 휴가를 즐기려는 관광객 몇몇이 서성 거리고 있다. 그런데 아뿔사. 매표소 칠판 한귀퉁이 '오늘의 배시간표' 난에 써있던 '11시'란 글자를 아줌마 매표원은 매정하게 쓱쓱 지우고 돌아선다. 갑자기 배에 탈이 났단다.
잊지 말 것이다. 보름도(볼음도ㆍ乶音島ㆍ인천광역시 간화군 서도면 볼음리)로 가는 길목엔 언제나 의외의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도 '오늘의 운세' 가 썩 좋은 사람이라면 물길은 열린다. 엉겁결에 면사무소에서 운항하는 배를 얻어탄다. 주민 몇 명과 함께.
"그저 공기 좋은게 최고지 뭐" .
운수 좋은 뱃길에 동행을 한 백태흠(76세. 서도면 볼음리)노인은 그 섬의 최고 자랑거리를 시조 한 수 읊듯이 내뱉는다. '교통이 불편한 것이 유일한 흠' 이라며 말고리를 붙잡는 노인의 화제는 어느새 800년된 은행나무의 전설로 옮아간다. 거기에 조개골, 영뜰이란 해변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귀뜸. 800년 묵은 사연있는 섬이라, 귀동냥을 참고하기로 했다.

 

'섬' 티나지 않는 '농촌섬'
예기치 않은 배를 탄 탓에 또하나의 난관과 맞딱뜨려야 했다. 막상 보름도에 발을 딛었다지만, 부두에서 마을로 갈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배시간에 맞춰 1t 트럭 몇 대쯤 진을 치고 있을 터였다. 이럴때 진면목을 발휘하는 것이 일명 '딸딸이'.
한평이 채 안되는 경운기 짐칸에 무려 다섯쌍의 엉덩이가 마주했다. 아내와 함께 부평 산곡동 처가에 다녀온다는 이호준교사(41세ㆍ서도초등학교 볼음분교). 사흘만의 귀향이란다. 이 섬은 그에게 우선 '인심 좋은 마을'이다.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후한 시골 인심을 푸는 곳' 이라는게 그의 변이다. 자신의 목적지를 지나 일부러 학교 앞까지 일행을 태워주마한 박윤인씨(56세ㆍ보름1리 214)덕에 마을 인심의 진위여부는 곧바로 판가름났다.
당집 아랫마을이란 뜻의 당아래를 지나 대다리, 새말, 안말을 차례로 거친다. 섬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삼사십분 남짓. 그렇게 바라본 마을 풍경은, 다소 의외다.
좀처럼 섬마을 티라곤 나질 않는 것이다. 그저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이 거기 있을 따름이다.
논두렁이 끝나는 곳. 그곳이 바다다.
여의도의 2배 만하다는 보름도의 대부분은 논. 126가구가 사는 보름도 열 사람 가운데 여덟 사람은 이력서에 '농민' 이라 쓴다. 어업은 고작 3가구뿐. 말하자면 바다위에 떠 있는 농촌인 셈이다. 한가구당 평균 경작면적은 1만5천평. 부촌(富村)임이 짐작된다. 농사가 업이라면 그물일은 아르바이트. 벤뎅이ㆍ새우ㆍ숭어ㆍ농어ㆍ망둥어ㆍ병어ㆍ꽃게 등이 그물에 잡힌다.
그런 보름도는 해마다 풍년이다. 올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물이 많고, 또 좋아서다. 원래 물이 풍부하기도 하지만 16년전, 바다를 막아 마을 한쪽에 큰 저수지를 만들었다. 기름진 옥토로 가꾼 일등공신이다.
바다와 저수지를 가르는 둑 한켠엔 은행나무(천영기념물 제304호)가 홀연히 서있다. 세월의 강을 건너 800년전. 큰 홍수로 바다에 떠내려온 은행나무를 마을 사람들이 여기에 심었다고 한다. 어업이 한창이던 6.25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1월30일이면 이 앞에서 풍어제를 올렸다. 아직도 사람들에게 은행나무는 신성하다. 가지를 다치게 하거나 혹은 부러진 가지를 태우면 목신의 노여움을 사서 재앙을 받게 되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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