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인천의 '소리'
2001-05-22 1998년 9월호
지휘자는 어깨와 고개를 돌리며 몸을 가볍게 풀어본다. 단원들도 밭은 기침소리를 내며 목을 다듬는다. 지휘자의 손이 올라가자 연습실은 이내 정적에 쌓인다. 그의 손이 움직이자 '소리'가 울려나왔다. '아 에 이 오 우' '아 에 이 오 우'…… 몇번이고 발성연습만 계속된다. 워밍업 단계다.
이제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고~합창단은 매일 말롭테의 「주기도」를 부르며 하루 연습을 시작한다. 각자의 종교를 떠나서 하루생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에 대한 '신앙고백'인 셈이다.
다음곡은 미국 민요 「켄터키의 옛집」. '켄터키 옛집에 햇빛 비추니~~ ' 1백평 남짓한 연습실이 금방 멋진 화음으로 꽉 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휘자의 손이 순간 멈추고 불호령이 떨어진다.
"테너파트, 음이 플랫됐어. 자, 다시."
'켄터키 옛집에 햇빛 비추니~ '
"아아, 그래도 떨어지잖아. 평소에 음정연습 게을리하면 안돼."
'어디까지가 절대음일까.' 30분 넘도록 연습은 한 소절을 못넘긴다. 급기야는 한명 한명 지적하며 소리를 내게 한다. '켄터키 옛집에 햇빛 비추니~ ' 긴장한 단원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저들은 저 노래가 지겨워서라도 아마 이 시간 이후부터 '켄터키치킨'은 절대 입에 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10시에 시작한 연습은 11시 30분이 돼서야 휴식시간을 가졌다. 잠시 해방된 단원들의 얼굴에는 금방 화색이 돈다. 꺼진 배를 달래고자 물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신다. 누군가 집에서 가져 온 빵봉지를 풀자 그 앞에 사람들이 몰린다.
좋아하는 노래부르며 직장생활한다고 '팔자 늘어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래 연습에는 엄청난 노동강도(勞動强度)가 뒤따른다. 합창단원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연습한다. 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은 3시까지 연장된다.
1년에 인천시립합창단원이 무대에 서는 횟수는 50여회. 1주일에 한번 꼴로 관객 앞에 선다는 얘기다. 그들이 한해 동안 연주하는 총곡수는 100여곡. 가사 외우기도 벅찰 듯 싶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헨델의 '메시야'에서부터 비틀즈의 '에스터데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연주한다.
인천시립합창단은 지난 95년 말에 재창단됐다. 지금의 예술감독이자 지휘자인 윤학원교수가 그때부터 지휘봉을 쥐었다. 그는 이전의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인천시립합창단을 세계정상급의 합창단으로 재탄생시켰다.
연륜이 짧은 만큼 단원들도 신세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고령(?)이 39세로 평균연령은 약 28세 정도다. 젊은 합창단이라 소리가 다이나믹하면서도 소프트하다는게 음악평론가들의 평이다.
그 '소리'는 이제 세계무대에서도 통한다. 지난해 벨기에의 <나뮈르 세계합창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창작곡「인천미사」와 전통음악「농부가」등을 불러 세계 각국에서 온 1천200여명의 음악관계자로부터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한 귀국길에 들른 오스트리아 「오이로파 칸타트(EUROPA CANTAT)에서는 2시간 동안 특별연주를 했고 앙코르와 함께 세계 각국으로부터 공연초청을 받기도 했다.
문화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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