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감자옹심이
코끝 '찡' 향수 자극하는 물찬 수제비
분명 '감자옹심이'를 시킨 것 같은데 상에 먼저 넙죽 오른 것은 치잣물을 들인 것처럼 샛노란 호박죽과 거무스름한 김이 모락모락 피는 보리밥이다. 보리밥에 열무김치와 들기름을 넣어 썩썩 비벼먹고 좀 허전하다 싶은 무렵, 감자옹심이가 아담한 옹기에 담겨 뒤늦게 등장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서비스이건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절차는 영월보쌈 나름의 영업방침에 의해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임을 알 수 있다. 한꺼번에 끓여놓았다가 주문을 받는대로 퍼주면 될 것을 기필코 손님이 시키는 족족 더도 덜도 아닌 꼭 그만큼의 양을 새로 끓이기 시작한다. 감자반죽을 떼내는 것부터 해물이며 야채를 곁들여 끓이기까지 매번 처음부터다. 그러니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테고 성미 급한 손님이라면 약간의 혈압상승이 예상되니 이를 무마(?)할 사전서비스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싱싱한' 감자옹심이수제비에 담겨있는 재료들의 면면을 보면 금방 끓여내는 것 외에 또 다른 맛의 비결이 눈에 훤히 보인다. 수제비의 원료는 영월산 생감자. 100% 감자라 씹을 때 감자알갱이가 기분좋게 이빨과 마찰을 일으키고 끓는 물에 익반죽해 한참 씹어도 쫄깃쫄깃하다.
여기에 감자, 파, 버섯 등 야채를 큼직하게 뚝뚝 잘라 먹음직스레 넣었고 건졌다하면 바지락이 수제비와 함께 떠오른다. 이처럼 헤프게 쓴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내는 맛이란 통 작은 사람은 도무지 흉내낼 재간이 없다. 국물 또한 다시마와 양파, 멸치 등을 넣어 푹 끓여 달짝지근하다 싶게 입에 들어왔다가 담백하게 목구멍으로 쏙 넘어간다.
고향 영월에서 출출할 때 어머니가 해주던 수수한 그 맛을 그대로 흉내냈을 뿐이라는 주인 유재희(49세)씨. 그가 공개하는 감자옹심이의 가장 큰 비결은 의외로 평범하다. 바로 '내 아이에게 준다'는 마음으로 요리에 임하는 것이다.
입에 들어오기 무섭게 살살 녹는 수수부꾸미와 새콤달콤한 우렁이무침이 곁들여진 보쌈, 시금치즙·당근즙으로 만두피 색깔을 낸 삼색만두도 맛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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