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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점심한끼 먹으면 다음날까지 든든

2001-05-21 1998년 7월호

점심 한끼 먹으면 다음날까지 '든든'

 

뚝배기에 숟가락을 푹 넣었다가 한술 떠 들어올리니 밥보다 고기가 더 많이 올라온다. 감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설렁탕을 먹은 지가 언젠데 저녁 늦게까지 배가 든든해 흐뭇하다.

'해장국집'을 찾는데는 빠른 눈썰미가 필요하다. 특별히 해장국집을 칭할만한 간판이 없어서다. 그냥 '해장국'이라고만 써있어 대단한 주의를 요한다. 아무튼 입구까지만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원초적인 후각이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뼈를 고는 고소한 냄새가 문앞을 어슬렁거리니 말이다.

이 자리에서만 37년째 설렁탕과 해장국을 말아오고 있는 정유학(64세)씨. 불룩 나온 그의 배만큼이나 푸짐한 국밥을 주메뉴로 택해 인천에 자리를 잡은 건 순전히 어머니 덕이다.

서울에서 국밥집을 했던 어머니 어깨너머로 곁눈질해 배운 솜씨를 자꾸 흉내내다 보니 어느새 오늘날과 같은 그런 맛이 됐다. 그의 어머니가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인 셈.

거기에 결정적인 맛을 보탠 것은 고기의 질이다. '좋은 물건'이 났다는 뉴스가 타전되면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소를 사러 떠난다. 강원도 정선이나 철원의 시골장이 주요 물색지. 순 한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것은 부위별로 손질돼 그의 집 옥상 대형냉장고로 옮겨져 손님을 기다린다.

좋은 고기 다음으로 중요한 건 끓이는 시간.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은근히 끓여낸다. 그것도 연탄불이라야 제맛을 낸다며 건강을 염려하는 주위의 만류에도 고집불통이다. 연탄불을 갈기 위해 일어나는 새벽 2시부터 시작되는 그의 하루.

영업시간도 특이하다. 오전 5시부터 10시 30분까지는 해장국만, 12시부터 3시까지는 설렁탕만 판다. 정해진 양의 고기를 정해진 시간동안 끓여 정해진 그릇만 판다는 것이 그의 철칙.

남는 일도 드물지만 남아도 팔지 않겠단다. 그러니 3시가 넘어 아무리 문을 두드려봐야 헛걸음하기 일쑤다. 맛없는 국밥은 팔지 않겠다는 고집이 소고집을 닮았다.

열댓시간 푹 곤 국물에 머리와 양지, 사태, 등심을 골고루 섞은 건더기를무공해 질그릇에 퍼주면 거기에 깎두기를 한숟가락 얹어 '후루룩'. 생각만해도….

이 맛을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너무 힘이 들어 앞으로 2-3년정도만하고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목전에서 20세기의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19세기 맛. 세월은 가도, 해장국집 맛은 그러나 불변이다.

 

* 해장국 : 오전 5시부터 10시 30분,

  설렁탕 :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 설렁탕 4,000원, 해장국 3,500원 / (032) 766-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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