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아! 질펀한 생명이여
서둘러 강화도 남쪽 해안으로 향했다. '혹시 뻘은 한 평도 보지 못하고 바닷물만 실컷 구경하고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물때를 알아보지 않고 떠났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초지진을 지나 황산도를 비껴 갈 때까지도 바닷물의 들고 낢을 알 수가 없었다.
하루에 한번씩 바닷물 때문에 흐르는 방향이 바뀐다는 '염하(鹽河)'라고 불리는 강 아닌 강은 외지인의 눈으로 물때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다. 황산도를 지나 장흥리에 들어서자 비로소 물자락을 슬그머니 걷어올린 갯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커먼 맨몸을 드러내고 봄 햇살을 쬐고 있는 갯벌. '세계적'이란 수식어가 붙는 강화도의 갯벌은 그렇게 이방인을 맞이했다.
강화도 서남단 꽁무니에 붙어있는 작은 섬, 동검도를 이십리 기행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좁다란 연육교를 건너 섬에 들어서자 초입 습지에 늘어선 어른 키만 한 갈대들이 연신 허리를 구부리며 방문객을 맞는다. 갈대밭이 있다는 것은 뻘의 영양상태가 좋다는 뜻이다.
그곳 갯벌에는 다른 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가리맛'과 '갈게'가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섬 끄트머리로 가면 한창 건설 중인 영종대교가 바로 눈 앞이다. 옛날에 물이 완전히 빠지고 뻘이 드러나면 섬과 섬을 걸어 다녔다는 얘기가 '전설'은 아닌 듯 싶다.
오후 1시, 동검도를 빠져 나와 바닷가에 붙어있는 식당으로 발길을 향했다. 식사주문을 하면서 주인장에게 무심코 물때를 물어봤다. "물이 언제쯤 들어올까요." "물요? 이게 다들어온 건디." 갯벌이 맨몸으로 선탠하고 있는데 물이 다들어왔다니… "오늘이 두매라 물이 꽉 차질 않아요. 그저께가 무시였거든." 그의 입에서 점점 알아듣기 힘든 말만 튀어나왔다. 그는 뭍에서 온 사람이 답답하게 보였는지 벽에 걸린 커다란 달력을 떼어서 보여줬다. 조금, 한조금, 무시, 고조, 저조… 음력 표시가 돼있는 그 달력에는 한달 간의 물때가 빼곡이 인쇄돼 있었다. 밥 때를 때우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예기치 않게 물 때 공부를 하고 선두리로 향했다. 장흥리를 돌아 온 갯벌은 선두리로 끝없이 이어진다.
선두리 포구에는 갯벌에 발이 묶인 10여 척의 고깃배가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갈매기들도 덩달아 비행을 접고 돛대 위에 앉아 봄바람을 맞고 있다. 번잡하지 않아 바다의 여백을 유유자적하며 볼 수 있는 시골 포구다. 선두리 갯벌에는 유난히 게들이 많이 산다. 산란기인 봄철에는 게들의 현란한 짝짓기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들의 춤으로 선두리 뻘은 졸지에 무도장으로 변한다. 강화도는 사방이 탁 트인 곳에 예외 없이 옛날 군인들이 망을 보던 돈대가 설치돼 있다. 가천의대를 지나 몇 걸음 가다보면 바다 쪽으로 택지돈대가 자리잡고 있다.
2층 건물 높이의 택지돈대는 동검도의 서쪽 옆구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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