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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잘 차려진 '밥', 영양만점이예요.

2001-05-15 1999년 5월호

인천의 고교생들은 한달에 한번씩 잘 차려진 '밥'을 먹는다. 밥을 어떻게 한달에 한번만 먹느냐고? 끼니마다 먹는 '밥'이 아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우리 인천에서 발행되고 있는 고교생잡지 '밥 매거진' 얘기다.

 

'밥'이 고등학생들의 책상 위에 오른건 지난해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기념일, 바로 그날이다. 남인천청년회의소 회장을 지낸 이흥복 씨가 청소년들이 대입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등학생 잡지로 창간했다. 인체에 영양을 주는 '밥'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영양만점의 잡지가 됐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리고 고등학생이면 이제 밥벌이까지 생각할 나이가 됐다는 뜻에서 잡지 이름을 '밥'으로 정했다.

밥은 일반 신문의 반만한 크기의 타블로이드 판 32면으로 매달 3만5천부씩 발간된다. 인천에 있는 60여개 고등학교와 학교 근처 서점에서 공짜로 배포되지만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하루만에 동나기가 일쑤다.

밥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분명하다. 패션이나 연예가 소식에만 치중하던 기존의 청소년 잡지들과는 달리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 그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싣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분명하다. 50여개 고등학교에 2~3명의 학년별 리포터를 두고 그들이 기획에서 취재, 원고작성까지 발로 뛰며 잡지를 만들고 있다.

"각 학교마다 100건 정도의 낙서가 도착해요. 그렇게 50개 학교가 모이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죠. 그 중에서 톡톡 튀는 글들만 뽑아서 '낙서장'을 채우고 나면 각 학교 리포터들에게서 탈락(?)한 낙서에 대한 항의가 쏟아져요." 지난해 리포터활동을 거쳐 3월부터 학생 편집장을 맡고 있는 허민혁군(광성고 2년)은 밥을 만들면서 느끼는 즐거운 고민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밥의 인기를 가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내용도 충실할 수밖에 없다. 입시나 취업, 컴퓨터 등 꼭 필요한 정보 제공은 물론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글, 하나의 직업을 자세히 취재한 '직업의 세계', 학생과 교사의 글솜씨를 자랑하는 '밥마당' 등 재미있고 속찬 정보들로 가득하다.

세계로 눈을 돌리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다. 일본의 학생잡지 <도쿄 스트리트>와 손잡고 자료를 교환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무조건적으로 일본문화를 추종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문화를 제대로 알고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학생들만 '밥'을 먹는 것은 아니다. 매달 15일 밥이 나오는 날이면 선생님들도 '밥'을 챙긴다. "15일 오후가 됐는데 한 선생님께서 부르셔서 왜 우리 반만 밥 안주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지금 배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드리고 나서야 '꾸중(?)'을 면할 수 있었다니까요." 부편집장 김수현양(숭덕여고 2년)의 말이다. 이처럼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꼬박꼬박 밥을 챙긴다.

어느 시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고교생잡지 '밥'에 대한 소문을 듣고 교육부에서도 격려를 하는 등 밥은 인천의 자랑거리가 됐다. 이제 곧 서울 지사를 만들 계획이다. 광고시장이나 스폰서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유야 어찌됐건 인천에서 서울로 문화가 거슬러 올라가는 '사건'아닌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늘리고 의견을 수렴해서 새로운 칼럼도 개발해 '진짜로' 학생들이 만드는 잡지로 만들겁니다."는 편집장 허민혁군의 말처럼 밥은 인천의 고등학생들의 맛난 '문화 영양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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