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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어제의 기억 너머, 진짜 인천 찾기

2017-09-01 2017년 9월호




어제의 기억 너머, 진짜 인천 찾기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로 선정된 작품 가운데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띈다. 시립박물관 컴팩스마트시티부장 배성수의 <시간을 담은 길>, 소설가 양진채의 <변사 기담>, 시인 이설야의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등이다. 이들 책 속에 담긴 인천은 오래되어 더 깊이 있고 아름답고 소중하다. 낡은 터를 향기롭게 재구성한 옥련동의 카페 ‘크로마이트 커피’에서 작가들을 만났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세상, 인천을 읽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매년 문학, 교양, 학술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서적을 선정하고 있다.
세종도서로 뽑히면 나라에서 1천만 원 상당의 책을 사서 전국의 공공 도서관 등으로 보낸다.
구절구절 인천의 향기가 스민 책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양진채 ㅣ 이설야 작가와 같이 우리 책이 세종도서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함께여서 기쁨이 더욱 컸답니다. 세종도서로 뽑히면 국가에서 책을 사서 전국으로 뿌리잖아요. 아무래도 작가로서 부담이 줄어들어요.

배성수 ㅣ 처음 세종도서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최소한 2쇄는 찍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는 책이 전국에 깔리는 것보다 인천 사람들에게 읽히면 더 좋겠어요. 내 책은 인천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양진채 ㅣ 지역과 관련된 책을 그 지역에 몰아주면 좋겠지만, <시간을 담은 길>이 전국에 깔리면 다른 도시에서도 해당 지역에 관심을 더 갖지 않을까요? 도시마다 이런 책이 하나씩 생기면 그곳만의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해요.

이설야 ㅣ 공교롭게도 우리 책 모두 인천을 담고 있네요. 인천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가고 있으니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인천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볼 때도 굉장히 중요한 도시예요. 단순한 기행이 아닌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파고든 작품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성수 ㅣ 어떤 책을 쓸지 고민하다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경인가도는 사실 인천의 수많은 길 가운데 한 축이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결국 경인가도 하나만으로 책 한 권을 만들어냈어요. 기회가 되면, 인천의 길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참, 얼마 전에 <변사 기담>을 푹 빠져서 읽었어요. 꼭 인천이 무대가 아니어도 나올법한 이야기인데, 인천이라는 장소성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더군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레시피로 만든 음식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랄까.

양진채 ㅣ 사실 인천을 온전히 알고 쓴 건 아니에요. 소설을 쓰면서 검증을 거치려고 노력했지만, 인천의 여러 어르신을 만나면서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지역을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과 몸으로 경험하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요. 하지만 핵심을 잡아내 책에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번 소설은 ‘인천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덤빈 작품이니까요.




<시간을 담은 길 : 경인가로 따라 인천을 걷다>
배성수 지음 | 글 누림 펴냄 | 2016.12.15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이설야 지음 | 창비 펴냄 | 2016.12.12

<변사 기담>
양진채 지음 | 강 펴냄 | 2016.12.24



소설가 양진채


오래되어, 더 아름답고 소중한

인천 출신 작가들에 있어 인천은 아픈 도시였다. 태어났지만, 언젠가는 떠나야 할. 하지만 질곡의 역사 흐르는 짠 내 가득한 도시는 깊은 영감을 주었다. 이들이 살며 그리워하고 다시 찾은, 진짜 인천의 이야기.

양진채 ㅣ 살면서 인천은 참 별 볼일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잘 살았으면 모르겠는데, 내 인생도 별로인데 인천도 그저 그렇고 내 주변엔 도무지 괜찮은 게 없다, 이런 생각. 그 마음이 미안해서, 인천에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이번 작품을 썼어요.

배성수 ㅣ 난 인천이 좋은데, 대체 왜 싫었을까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면, 삶에 찌든 채 경인선 전철로 출퇴근하던 한 여주인공이 결국 서울로 집을 옮기잖아요. 마치 우리 처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머릿속에 물음표를 던졌지요. ‘왜 인천사람들은 인천을 떠나려고 할까?

이설야 ㅣ 시를 쓰면서 인천을 사랑하게 됐어요. 그동안 내가 살던 곳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며, 내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고민했지요. 지독히 싫었던 기억이, 결국 내 시적 자산이 되었답니다. 지금 개발의 광풍 속에 사라진 수문통 같은 경우도, 내 머릿속엔 아직 존재하고 있어요.

양진채 ㅣ 언젠가 김윤식 시인께서 6, 70년대 인천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듣고, 그 시절 인천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께서 들려주시는 인천은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도시였어요. 만약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인천을 제대로 알려줬다면, 우리가 그토록 이 도시를 싫어하진 않았을 거예요.

배성수 ㅣ 인천은 역사·문화적인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예요. 파면 팔수록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샘솟지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고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도시의 가치를 찾아서 지켜내는 게 우리의 역할이겠지요.

이설야 ㅣ 인천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관이 먼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해요. 이질적인 개발에는 당당하게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오래된 것을 지키면서 도시를 아름답게 발전시켜야 겠지요.

양진채 ㅣ 공감해요. 최소한 인천의 원도심인 중구와 동구만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무턱대고 없애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누구도 쉽게 전선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해요. 시는 그런 노력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고요.

이설야 ㅣ 보여주기 식 행사가 너무 많아요. 시민에게 실질적인 문화적 지원이 돌아가면 좋겠어요. 길거리 도서관을 통해 인천 관련 서적을 퍼트리거나, 좋은 공연을 무대에 세우는 거죠.


시립박물관 컴팩트스마트시티부장 배성수


시인 이설야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긴긴 역사와 내일의 희망이 공존하는 인천은 작가들에게 밤새도록 펜을 들게 했다. 아직 써야 할 게 많다.
인천의 작가들. 그들이 내일 또 어떤 인천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낼지 궁금하다.


양진채 ㅣ 다음 주에 영화 제작사 대표와 만나기로 했어요. 내 책을 보고 영화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신기한 일이에요. 지금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로케이션 장소를 인천으로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배성수 ㅣ 내가 영화 제작자라도 구미가 당기는 내용인걸요. ‘변사’라는 평범치 않은 인물의 삶에 인천의 근현대사를 절묘하게 담아냈으니까요. 역사적인 자료를 찾기 위해 땀 흘린 작가의 노력이 느껴져요. 책 속에서 변사가 읊던 대본은 원래 있던 건가요?

양진채 ㅣ 기존에 있던 자료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어요. 우리의 삶은 역사 안에서 만들어지고 또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잖아요. 일제강점기 일본 쌀 수탈, 독립운동,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 폭격 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에, 오늘날의 영화학도인 증손자 ‘정환’의 이야기를 더해 책을 완성했어요.

이설야 ㅣ 첫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는 내가 살던 동네 이야기예요. 좁다란 골목길, 누추한 살림살이, 얼키설키 서린 거미줄…. 계속해서 이런 일상의 풍경을 시로 담고 싶어요. 최근에는 시를 어떻게 이미지화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글과 함께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판화로 이미지를 새기면 어떨까 싶어요. 재미있고 색다르면서도 시적인 작업이 될 거예요.

배성수 ㅣ 앞으로도 길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길은 웬만해선 없어지지 않아요. 넓어지거나 좁아지거나 돌아가는 등의 변화는 생겨도 쉽사리 끊어지지 않지요. 길이 담고 있는 주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사람이 걷다 보면 길이 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공간도 생기잖아요. 결국 길을 소재로 인천의 공간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게 되겠지요.

양진채 ㅣ 두 권의 책을 계획 중이에요. 하나는 인천을 테마로 한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고, 하나는 이보다 더 짧은 작품을 모은 ‘스마트 소설집’이에요. 이 또한 인천의 익숙한 삶의 공간이 등장할 거예요. 앞으로도 쭉 인천을 들여다보고 더 깊숙이 다가가고 싶어요.

 

부산에서 인천으로 상륙

작가들과 이야기꽃 피운 ‘크로마이트 커피’
부산에서 인천으로 제대로 로스팅한 커피가 상륙했다. 옥련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크로마이트 커피’는 커피 마니아 사이에서 이미 ‘핫 플레이스’로 이름났다. ‘크로마이트(Chromite)’는 인천상륙작전의 암호명. 부산에서 이름난 커피전문가인 전승예 씨가 커피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멀리 인천까지 왔다. 추천 메뉴는 수증기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로, 향이 진하면서도 부드럽다. 낡고 오래된 연립주택을 독특하게 재구성해, 때론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더 아름답다는 진리를 눈앞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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