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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인천 힙합 ‘리스펙트’!
대한민국 최고
인천 힙합 ‘리스펙트’!
교실 뒤에서 웃고 떠들며 힙합을 듣고, 흥얼거렸다. ‘쟤들 또 저러고 노는구나…’
반 친구들은 별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음악이 좋아 뭉쳐 다녔던 삼총사가 이번에 제대로 일을 냈다. 인천 토박이 3인조로 구성된 힙합그룹 ‘리듬파워’의 래퍼 ‘행주’, 그가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 Mnet ‘쇼미더머니 시즌6’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곡 가사 속엔 인천의 이야기가 가득 녹아 있었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왼쪽부터 ‘리듬파워’의 행주, 보이비, 지구인
쇼미더머니 우승자 행주,
‘인천’을 노래하다
‘아르바이트했던 부평 / 주말이면 갔던 구월동 / 돌아봤더니 내 초심은 역시 출신을 외쳐 I Town / 날아볼게 인천 이코노미 국제선 타고 위로…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 왼쪽 돌리고 오른쪽 돌리고 / okay now 둥글게 디스코 팡팡…’
6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펼쳐진 래퍼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시즌6’ 파이널 무대에서 인천을 노래한 곡이 신명나게 울려 퍼졌다. 내로라하는 국내 래퍼들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1만2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던 이번 시즌에서 ‘리듬파워’의 ‘행주’는 결승 곡으로 인천에 대한 자부심을 담은 ‘돌리고’를 선보였다.
행주는 애초에 ‘쇼미더머니 시즌6’에 참가할 마음이 없었다. 소속 그룹 ‘리듬파워’ 멤버 지구인이 예선에서 탈락하자 충격을 받아 현장에서 급히 지원했다. 유독 치열했던 이번 ‘쇼미더머니 시즌6’는 마지막까지 우승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회 수준 높은 무대가 이어졌다. 행주는 왼쪽 눈이 실명 위기인데도 결승전에 올라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는 반전 드라마를 써 화제를 모았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천을 노래하게 된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는 사실 ‘리듬파워’를 알리고 싶어서 나간 거예요. 이번엔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출연하는 바람에 믿는 구석이 없었지요. ‘에라 모르겠다’ 마음을 비우고 매순간 최선을 다했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따라왔어요.”
늘 함께 했던 세 친구가 만든
힙합 그룹 ‘리듬파워’
인하부고 2학년 시절, 셋은 항상 몰려다녔다. 한 명은 전교 1등을 하는 수재였고, 한 명은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운동 잘하는 학생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조용히 교실 한 쪽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즐겨 듣던 평범한 학생. 그런 그들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쉬는 시간이면 교실 뒤에 모이기 시작했다. 랩 하고, 가사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게 마냥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각자 대학 진학 후 만난 인하대 후문 지하 술집에서 음악에 대한 꿈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해볼까?”라는 마음이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꿈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천 토박이 래퍼들은 ‘방사능’이란 이름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그 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자 방사능에서 ‘리듬파워’로 그룹 이름을 변경했다. 개성 있는 래핑과 독특한 스타일로 자신들의 유쾌함을 전파, 힙합씬의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자리 잡은 세 친구. ‘리듬파워’는 현재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가 소속된 힙합 크루 ‘아메바컬쳐’에 둥지를 튼 실력파 힙합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부분 음악을 하면서 친해진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음악을 하기 전 부터 친한 친구였어요. 리듬파워에 대한 의미 부여는 그냥 사람들이 하는 말이구요, 저희한테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구 이상의 끈끈함과 특별함이 있어요. 10년 이상 일도 같이 하다 보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이가 됐죠.”
인천을 노래하는 건,
밥 먹듯 자연스러운 일상
“저희가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힙합이 대중화되지 않았어요. 특별한 장르처럼 여겨지는 생소한 분야였죠. 근데, 그런 힙합의 독특함에 끌렸어요. 솔직하고 재미있는 랩 가사가 매력적이었고요. 힙합은 가사를 많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의식의 흐름대로 풀어나가는 재미랄까….”
리듬파워의 솔직한 감성이 담긴 노래에는 유독이 ‘인천’이 자주 등장한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만큼 추억도 많은 리듬파워에게 그들이 자란 ‘인천’은 삶의 터전이자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다. 철없던 시절 장난치며 놀던 곳부터, 함께 모여 음악을 시작했던 곳까지.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그들만의 감성으로 음악을 하는 만큼 리듬파워에게 ‘인천’은 특별하다.
“인천은 화려하진 않아요. 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단이 있고 바다도 부산과 비교했을 때 뭔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인천의 멋이 되는 것 같아요. 억지로 꾸미지 않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래서 날것 그대로일 때 멋이 나는 도시가 인천인 것 같아요. 지금도 걷고 싶을 땐 동인천, 월미도를 찾아요. 저희 어렸을 때는 동인천, 신포동이 번화가였거든요. 세월이 지나면서 번화가에서는 비껴났지만, 서울의 종로처럼 인천 중구에는 도시를 지키는 힘이 있어요.”
‘쇼미더머니 시즌6’ 결승전에서 우승한
‘리듬파워’의 래퍼 ‘행주’ (Mnet 제공)
세 가지 개성으로 뭉친
세 친구의 신나는 무대
현재 행주는 솔로가 아닌 리듬파워 신곡을 위해 열심히 작업 중이다. “‘쇼미’를 통해 저희 멤버 각각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이런 게 통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리듬파워로 앨범을 내도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3인조 랩 트리오로서 유일무이한 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앞서 지구인은 ‘쇼미더머니 시즌4’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인기를 끌었고, 보이비 역시 지난해 ‘시즌5’에서 ‘호랑나비’를 히트시키며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앞으로의 꿈이요? 꿈은 매번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요. 언더에서 처음 공연하던 시절에는 그 옆에 있는 500석 공연장에서 랩 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몇 천 석 규모의 공연장에 오르는 거였고, 그렇게 조금씩 꿈을 이뤄나갔어요. 일단 올해는 연말 음악 시상식에 올라 수상하는 것이 꿈이구요, 인천에서 무료 공연을 하겠다는 우승 공약도 언젠가는 이뤄야죠.”
꿈을 계속 키우고 또 이뤄나가는 과정이 재밌고 황홀하다는 리듬파워. ‘쇼미’를 통해 개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셋이 뭉쳤을 때는 더욱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리듬파워는 일단 무대 위에서 신나고, 누구보다도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가 강한 팀이에요. 앞으로도 그 이미지는 바뀌지 않을 거고, 오히려 더 신날 겁니다. 앞으로도 인천을 노래하면서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나갈 겁니다.”
그들이 자란 ‘인천’은 삶의 터전이자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다. 철없던 시절 장난치며 놀던 곳부터,
함께 모여 음악을 시작했던 곳까지.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그들만의 감성으로 음악을 하는 만큼
리듬파워에게 ‘인천’은 특별하다.
행주
본명은 윤형준.
어릴 적부터 사촌형이 ‘행주‘라고 불러 자연스럽게 행주가 됐다.
보이비
랩을 시작할 때부터 영어 이름이 갖고 싶었다. 본명 김성경(바이블)에서 유래된 별명.
지구인
원래 별명은 외계인. 거의 모든 사람이 MP3를 사용하던 시절, 혼자만 오래된 CD플레이어를 사용하다 어느 날 최신형 MP3를 목에 걸고 나타났더니, 친구들이 드디어 ‘지구인’이 됐다고 붙여준 별명.
본명은 이상운.
2014년 발매된 리듬파워의 앨범
‘월미도의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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