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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시민 행복 메시지 | 칼럼

2026-07-31 2026년 8월호

생명의 교향곡 울려 퍼진

인천의 7월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독일군에 포위되었습니다. 무려 900일 동안이나 외부의 보급이 전면 차단된, 이른바 ‘레닌그라드 봉쇄전’입니다. 장기간 고립된 도시의 삶은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쥐와 지렁이를 잡아먹고, 심지어 벽지 접착제까지 긁어먹을 정도였습니다. 이 기간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60만~70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참상이 가히 짐작됩니다.

그런데 이 처절한 고립 속에서, 눈앞에 식량을 두고도 스스로 굶어 죽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바빌로프 식물산업연구소’의 연구원들입니다. 이곳에는 소련의 식물학자 바빌로프 박사가 전 세계 150여 개국을 누비며 모은 수십만 종의 씨앗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이들에게 이 연구소는 곡식창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연구원들 또한 극한의 기아에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톨의 씨앗조차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농부아사 침궐종자’(農夫餓死 枕厥種子)라고 할까요. 굶어 죽을지언정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 농부처럼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보다 씨앗을 지키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결국 9명의 연구원이 굶어 죽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명감과 숭고한 희생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바빌로프 연구소의 서사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묵직한 울림을 전합니다. 당시 연구소에 보관되었던 지구촌 토종 작물 씨앗 중 90% 이상은,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아 원래 자라던 원산지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생물다양성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일깨워주는 대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인천에서 열린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20주년 기념행사 및 국제포럼’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 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생물다양성 보전 우수 인증서’를 수여받은 데 이어, 람사르협약 사무국의 감사장과 EAAFP의 공로패를 연달아 수상했습니다. 특히 IUCN의 생물다양성 우수 인증은 전 세계 최초 사례로, 지난 20여 년간 우리 시가 일궈온 생태보전 정책의 결실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뜻깊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는 독일군의 봉쇄 속에서 극한의 추위와 기아에 시달리던 시민들에게 희망과 승리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고립된 도시에서 굶주린 단원들에 의해 초연된 이 곡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인천에서도 감동적인 교향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멸종위기의 저어새를 지켜낸 기적을 축하하는 ‘생명의 교향곡’입니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듯, 인천시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는 굳건한 연대로 이 교향곡을 완성해 냈습니다.

인천에서 초연된 이 ‘생명 교향곡’이 앞으로도 더욱 풍성한 화음을 전 세계에 선사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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