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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시민 행복 메시지

2026-01-31 2026년 1월호

자투리 1만 원의 의미는⋯


글. 임성훈 본지 편집장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않은 채 도움을 건네고 사라지는 이들, 바로 익명의 기부자들입니다. 새해들어 우리시에서는 이들의 출몰(?)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남동구에서는 한 주민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현금 50만 원을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습니다. 

같은 날 강화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강화군 청사 현관문 손잡이에 비닐봉지가 걸려있었는데, 그 비닐봉지 안에서 오만 원권 20장과 만 원권 1장이 들어있는 종이봉투가 발견됐습니다. 봉투에는 “조금이나마 좋은 일에 써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새해 벽두에 전해지는 이들의 선행이 매서운 칼바람을 상쇄시키는 듯합니다. 이들 무명의 손길은 ‘익명의 가면’ 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현상 가운데 유일하게 선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강화군청 기부자 사례입니다. 하필이면 100만 원이 아닌 101만 원이었을까요. 100은 완성된 숫자처럼 느껴집니다. 하나의 단위적 개념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자투리 1만 원이라니….

물론 실수로 1만 원을 더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만 원(권)을 제외한 100만 원이 오만 원권 20장이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듭니다.

이 대목에서 오래전에 읽은 책 한 권이 떠오릅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입니다. 아마 101만 원과 101가지 이야기가 공유하고 있는 숫자적 공통분모 때문이겠지요. 그 책의 첫 에피소드는 서커스 매표소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한 가족이 매표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표를 구입하려는 순간 부부의 표정은 절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들 부부가 준비한 입장료를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때 뒷줄에 있던 한 신사가 주머니에서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몰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돈을 주운 뒤 아이들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자투리 1만 원은 ‘도움의 형식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익명 기부자의 메시지가 아닐까요. 물론 이 해석은 비약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익명의 기부자가 이 글을 읽고 “그냥 돈 세다가 만원짜리 한 장 끼어들어 간 겁니다.”라는 회신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도움받은 이의 리액션을 요구하지도 않고, 도움을 주는 이 역시 이름을 남기지 않는 게 편한, ‘조건 없는 세상’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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