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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도시, 인천 - 열린 공간, 미술관 | 인천미술의 지도를 그리다
인천미술의
지도를 그리다
인천시립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진행되는
「인천미술사 조사·연구」 이야기
글. 신수경(인천미술사 조사·연구 학술용역팀 책임연구원)

공성훈, <돌 던지기>(2017) 193.9×130.3cm
파도가 밀려오고, 수평선 너머로 빛이 번져나간다. 화면 속 바다와 구름은 자연의 위용을 한껏 드러내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공성훈(1965~2021)의 작품 〈돌 던지기〉 속 바다는 단순히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사유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광대한 자연과 그 앞에 선 작은 인간을 대비시켜 묘한 긴장감과 여운을 자아낸다.
인천 신포동에서 태어나 신흥국민학교와 광성중학교를 다니며 화가의 꿈을 키운 공성훈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서울산업대학교 전자공학과에 편입했다. 미디어와 설치 작업으로 여러 단체전과 기획전에 초청받으며 주목받던 그는 미술계에서 ‘회화의 위기’가 거론되던 1990년대 후반 돌연 가장 고전적인 매체인 회화에 천착했다. 수도권 외곽의 개발지와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 도시 변두리의 황량한 풍경은 공성훈 회화의 주요 소재였다. 그는 이러한 풍경 속에 한국 사회의 불안과 모순을 담아내며 한국 현대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풍경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포착한 공성훈의 시선은 인천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인천은 바다를 통해 성장한 도시이자 끊임없는 개발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온 도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만나고 떠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도시의 모습 또한 계속 바뀌었다.
공성훈이 세상을 떠난 2021년, 그의 아카이브 7천여 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작가의 예술적 유산이 국가기관에 보존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문을 열 인천시립미술관은 무엇을 연구하고 기록해야 할까. 우리는 과연 인천의 미술가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인천미술사 조사·연구」 사업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인천 출신 미술가들을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할수록 예상보다 훨씬 복합적인 풍경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현재 1892년생부터 1965년생까지 약 300여 명의 미술가를 대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66~1980년생 미술가들을 대상으로 활동 이력과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향후 인천시립미술관의 연구 기반이 될 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의 미술가들을 연구하면서 인천미술사가 단순히 지역 미술의 역사를 넘어 도시의 변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은호(1892~1979)처럼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 근대미술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장발(1901~2001)처럼 미술교육과 가톨릭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인천이라는 지역적 맥락에서는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도 있다. 산업화 시기 인천의 노동 현장을 배경으로 활동한 민중미술가들 역시 인천미술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또한 서울과 인접한 도시 특성상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 화단으로 진출한 작가들이 적지 않으며,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뒤 인천미술계의 중심이 된 작가들도 많다. 이처럼 ‘인천미술가’를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출생지나 활동 지역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관계와 맥락이 인천미술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립미술관은 늦게 설립되는 만큼 출발 조건이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르다. 인천미술가들의 대표작 상당수가 이미 국공립 미술관과 여러 공공기관에 소장돼 있다. 공성훈의 아카이브를 비롯해 인천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의 자료 역시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다.
이제는 인천시립미술관이 인천미술가들의 작품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어떤 작가들이 인천미술사를 구성하는지, 어떤 작품과 자료가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지, 무엇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연구 과정에서 자주 마주치는 난관은 기록의 부재이다. 작가의 생몰연도가 자료마다 다르게 전해지기도 하고, 전시 이력과 작품 소장처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유족과 관계자를 수소문하고, 사라진 전시공간과 미술단체의 기록을 찾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인천미술사 연구는 이처럼 흩어진 자료와 기록을 하나씩 찾아 연결해 가는 과정이다. 이는 미술사 연구가 완성된 답을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라,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며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공성훈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모티프 가운데 하나였던 바다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듯, 인천 역시 그러한 도시가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 축적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오늘의 도시를 만들었듯이 인천미술사 또한 수많은 미술가들의 흔적이 모여 이루어진 풍경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인천미술사 조사·연구」 사업은 김은호에서 공성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아직 충분히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시 살펴보고 그 의미를 연결해 가는 작업이다. 인천시립미술관은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천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발굴하고, 시민들과 함께 인천미술의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이다.

공성훈, <팔각정>(2004) 130.3×193.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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