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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연말 특집 :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 공연

2025-12-11 2025년 12월호

수험생에게 전하는 음악 선물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의 수험생을 위한 연주회


20년 남짓한 삶을 살아온 수험생들에게 가장 큰 관문, 수능. 2025년 11월 13일, 전국 각지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을 이들. 수능 시험은 끝이 났지만, 입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을 버텨 온 이들에게 숨 고르기 역시 필요하다. 

긴장과 기대,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수험 생활을 지나온 이들을 위해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하나뿐인 음악 선물. 그 선물을 함께 열어보자.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박시홍 포토디렉터


11월 26일 고3 수험생을 위한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수험생을 위한 

특별한 하루

수험생을 위한 공연이 열린 11월 26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공연을 보러 온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수능이라는 큰 짐을 덜어서인지, 익숙한 교실에서 벗어난 탓인지 학생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웃음꽃이 가득하다. 하나둘 자리를 채워간 수험생들. 오케스트라는 카르멘 서곡으로 공연의 막을 열었다.

무대에 앉은 단원들은 잔잔한 긴장감 속에서도 따뜻한 합주를 이어갔다. 수험생들의 노고와 고생을 위로하며 또, 앞으로의 나아갈 희망찬 시작을 응원하며 말이다.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율은 수험생들의 마음을 울렸다. 오케스트라는 라이언킹 메들리와 놀람 교향곡 2악장, 아리랑 환상곡, 쇼스타코비치 왈츠, 어메이징 그레이스, 사랑의 인사, 아바 메들리까지 아름답게 연주해 냈다. 더불어 게스트인 ‘아카시아’의 무대까지, 수험생들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선물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수험생들은 긴 박수와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음악을 

만들어 내는 시간

2011년 창단한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는 특수교사, 목회자, 사회복지사, 학생 등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인천혜광학교의 음악 교육과 봉사활동 속에서 성장한 단원들은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꾸준히 연습실을 찾는다. 그들에게 음악은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힘이자, 서로를 이어주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험생을 위한 연주회 역시 그런 마음에서 준비됐다. 단원들은 전곡을 외워야만 하는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퇴근 후 연습까지 이어가며 다양한 곡들을 완성했다.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이 이들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스태프와 지도자들, 오래 함께한 지휘자의 도움 속에서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한 ‘응원’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다.

공연을 약 나흘 앞두고 모인 전체 연습에서도 이들은 실전처럼 임했다. 응원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다.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는 언제나 그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연장을 찾은 고3 수험생들


수험생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는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의 모습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명선목 단장




사랑과 자유, 

열정으로 도전하는 오케스트라

곁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동행해 온 이들도 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단원들을 안내하며 연습을 함께하는 스태프, 세심하게 지도를 이어온 강사들 그리고 10년 넘게 함께해온 지휘자의 존재가 지금의 오케스트라를 지탱해 왔다.

1980년경부터 관련 분야에 몸담아온 명선목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 단장은 오케스트라를 ‘사랑으로 움직이는 팀’이라고 표현했다.

“저희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지만, 아마추어의 본래 뜻은 ‘사랑하다’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단원들은 바로 그 마음으로 연주합니다. 사랑과 자유, 열정이 우리 팀의 힘입니다.”

그는 시각장애인 연주자의 특별한 감각에 관해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명선목 단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시각 외 감각이 정말 뛰어나다”며 “그 외의 감각들로 어려움을 극복했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험생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묻자, 그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한 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음악이 선물처럼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단원들은 빠지지 않고 연습을 이어갔어요. 많은 곡을 외워서 연주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지만, 공연 날만을 고대하며 최선을 다했죠.”

명 단장은 오케스트라의 비전에 대해서도 분명한 방향을 갖고 있었다. “Pay it forward”. 도움을 받은 만큼 다시 사회에 나누는 팀이 되는 것이다.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문을 열어 함께 성장하는 오케스트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예정이다.

명선목 단장의 말처럼,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는 이미 음악 이상의 가치를 연주하고 있었다.



전곡을 외워 연주하는 혜광블라인드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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