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환경호르몬은 사람들의 생활을 모조리 감싸버렸다. 생활 속에서 흔하게 접하는 종이 영수증, 은행 순번대기표, 화장품, 살충제나 종이컵 등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물건들이 오히려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1년 8월 9일 서울에서 발행되는 영수증과 순번대기표 등 27종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24종에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 A가 나왔다고 밝혔다.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영수증은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미량이지만 비스페놀 A가 묻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이 환경호르몬은 무엇이고,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호르몬은 자연환경에 배출된 화학물질이 몸에 들어와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해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환경부에서 환경호르몬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명칭이 붙여졌다. 정확하게는 체내에 침투해 호르몬의 생산과 분비, 전달, 배출뿐만 아니라 호르몬이 작용하는 데도 영향을 끼쳐 내분비계의 기능을 교란하는 유사 호르몬 물질을 말한다. 체내의 수많은 세포와 기관의 정보 교환을 도와 신체의 성장과 발달을 유도하는 호르몬과는 달리 그릇된 정보를 전달해 정상적인 호르몬의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생체 내에서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므로 미량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얘기한 영수증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의 종류 중 하나인 비스페놀 A와 같은 경우는 인체 내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같은 유사한 작용을 한다. 적게 노출되더라도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켜 무정자증을 유발한다. 여성에게는 기형아 출산과 태아 사망, 유방암 등을 일으키며 어린이에게는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
환경호르몬은 미량이더라도 최근 세계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캐나다는 7년 전 10월부터 비스페놀 A를 이미 독성 화학물질로 규정했고 미국의 코너티켓 주에서는 비스페놀 A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중이다. 영수증 종이나 젖병 등에 비스페놀 A 사용을 금지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하였고, 현재 비스페놀 A가 사용된 젖병은 판매 및 유통이 금지되었다. 최근 카페에서는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비스페놀 A를 사용하지 않은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판매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환경호르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졌지만 아직 선진국들보다 규제가 다소 약한 편이라고 한다. 환경호르몬은 잔류성이 강해서 지방에 축적돼 몸 안에 수년 동안 남기도 하며, 다음 세대에 형질이 유전되기도 하므로 규제를 강화시키는 자세가 시급하다. 실제 1960년대 일본의 미나마타시에서 발생했던 미나마타병이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의 잔류성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례인데, 부모 세대에게는 이상이 없었지만, 2세에서 뇌가 없는 아이가 태어나는 등 각종 기형이 발생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 주변 속에는 무수히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데 이 모든 물건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생활 습관부터 고쳐나가 환경호르몬과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우리 생활 속 환경호르몬의 종류와 환경호르몬과의 노출을 줄이는 법은 다음과 같다.
환경호르몬은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샴푸와 세제, 플라스틱(PVC)으로 만든 장난감 등 공장에서 만든 대부분의 제품에서 배출된다. 각종 산업용 화학물질(원료 물질),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류, 유기 중금속류, 비닐류 등의 폐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합성 에스트로겐류, 방부재와 산화방지제 등의 식품 첨가물과 합성세제의 원료인 알킬페놀과 컵라면 용기의 원료로 쓰이는 스티로폼의 주성분(스티렌이성체)도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 있는 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독성이 강하고 잘 분해되지 않아 자연의 곳곳에 널리 퍼져 있다. 공기와 토양 물도 대개 오염돼 있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타고 거의 모든 동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은 집안의 먼지와 실내 공기에도 있다. 마루와 바닥 타일, 벽지 등 건축 자재에도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가 검출된다. 자동차 좌석이나 비닐 장식, 음식 포장용 랩, 장난감, 의료용품, 생수병 등에도 프탈레이트가 존재하며 담배를 피울 때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도 청산가리보다 1만 배나 독성이 강한 다이옥신이 나온다.
다음은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고쳐야 할 생활습관이다.
① 농약과 살충제를 피해야 한다. 무농약 농산물을 먹고, 집안에서 모기약을 뿌리는 대신 모기장을 친다.
② 환경호르몬은 기름에 잘 녹으므로 고기의 비계를 먹는 것은 피한다.
➂ 컵라면을 먹을 때는 용기가 폴리에틸렌(PE) 재질인지 품질 표시를 꼭 확인한다. 염화비닐(PVC) 랩은 뜨거운 국물과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➃ 드라이클리닝한 옷은 바로 입지 말고 냄새를 없앤 뒤 착용하는 습관을 기른다. 세척력이 조금 떨어져도 천연세제를 사용하는 등 조금만 주의하면 환경호르몬의 위협을 피할 수 있다.
➄ 기름기가 있거나 뜨거운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보다는 유리 또는 금속 용기에 담는 게 좋다. 가열된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바로 담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만약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음식을 반드시 식혀서 담는 습관을 기르자.)
➅ 유아용품과 같이 젖병을 소독할 때는 끓는 물에 5분 이상 두지 않는다. 오래 끓이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소독하는 일도 피해야 한다. 치아발육기나 유아용 장난감은 재질을 반드시 확인해 PVC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환경호르몬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기업은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며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포함된 제품보다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며 사용하고, 정부는 기업의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기업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개인은 친환경적인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는 제품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환경호르몬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옵티마 블로그, 네이버 가가솝 블로그
17기 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