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자신의 집안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뒤, 조상의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조상이 일제강점기 친일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며 한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보게 된다.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까지 물을 수 있을까? 후손에게 조상의 행적에 대한 책임을 그대로 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루어진 선택을 후손이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상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그 의미를 생각하는 일까지 멈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역사의 사실을 제대로 알고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친일의 역사를 돌아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영향을 생각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재산과 삶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일제의 지배에 협력하며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람들도 있었다.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이 체포와 고문, 가난과 사회적 불이익을 견디는 동안 친일 행위를 통해 재산과 지위를 쌓은 사례도 존재했다.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에도 씁쓸한 질문을 남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 가운데에는 조상의 희생으로 인해 오히려 어려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재산과 사회적 기반이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진 경우도 있다. 과거의 선택이 후손들의 삶에 서로 다른 출발선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손을 조상의 행동만으로 평가하거나 비난하기에 앞서 역사 속에서 어떤 행동이 있었고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다가오는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이날을 맞아 우리는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기준도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사회에서 더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들의 후손이 자신의 조상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그 희생을 떳떳하게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이 역사 앞에서 마땅한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과거의 선택을 통해 현재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다. 광복절을 앞둔 지금, 독립운동가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고 친일의 역사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더 공정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