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다 무사히 돌아와 존경을 받으며 산 사람이 갑자기 살해당하고, 곳곳에서 친일 행위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어떨까. 아마 대한민국 사회가 경악하지 않을까. 이 사실 만으로도 사회가 발칵 뒤집힐만한데 만약 이 신분이 다른 사람의 신분이었다면? 그때 사회가 겪을 혼란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렇다. 홀로코스트의 유대인 생존자로 미국에 건너가 대통령의 측근까지 지낼 정도로 높은 권력을 누렸던 사람이 독일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치 처형 방식으로 살해당했다. 거기다 발견장소 거울에 써져있는 16145라는 의문의 숫자와 시체에서는 나치 친위대의 혈액형 문신까지 발견된다. 거기다 명망있는 귀족과 재벌, 인사들이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그들에게서도 나치에 가담한 흔적들이 나왔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재벌 귀족가. 그 중에서도 혼자 겉도는 큰아들. 그와 자꾸만 엮이는 한 남자와 여자.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미스터리 소설, ‘타우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깊은 상처>는 사람의 신분을 도용해 몇 십년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질투에 눈이 멀어 두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 신분과 아들마저 훔친다는 설정은 정말 충격적이다. 소설의 결말부에서 잃어버렸던 가족과 재회해 복수를 시도하는 장면은 통쾌했지만, 그 후 가족 중 한 명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장면은 눈물을 자아냈다. 신선한 소재로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어낸 흥미로운 책이다.
20기
박세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