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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여행

8월, 청소년을 위한 한여름의 음악회

작성자
공나현
작성일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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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의 막바지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201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인천 썸머 페스티벌은 청소년 클래식 음악회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청소년 관객들을 비롯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들이 8월 11일부터 일주일간 열렸답니다.

우연히 예술회관 앞 횡단보도에서 안내 플래카드를 보고 인천 썸머 페스티벌을 알게 된 저는, 8월 13일에 뷔에르 앙상블의 목관 5중주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뷔에르'란 라틴어로 '진짜의, 진실한'이라는 뜻입니다. 뷔에르 앙상블은 이름처럼 진심이 가득 담긴 목관 연주를 하는 그룹으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있었던 제 1회 정기 연주회는 전석이 매진되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관 5중주는 클라리넷, 바순, 플루트, 오보에와 호른의 다섯 가지 악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선 다섯 악기들 중에서 최저음을 내는 바순은 (전문 악기 회사에서도) 제작에 수년이 걸리고, 가장 크고 긴 만큼 매우 값비쌉니다. 뷔에르 앙상블의 연주자가 가지고 있는 바순은 그 중에서도 최고로 비싼 종류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음악 해설을 맡은 리더, 조성호 씨는 바순의 우울한 음색은 센티할 때 들으면 딱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바순과 반대로 목관 5중주의 높은 음을 전담하는 악기는 바로 플루트입니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플루트에서는 꼭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나지요? 그래서 이 공연에서 연주되었던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남녀 주인공인 호세와 카르멘의 사랑을 표현하는 곡을 플루트가 맡았습니다. 다음으로는 독특하고 가녀린 음색을 자랑하는 오보에입니다. 조성호 씨는 오보에 소리를 일컬어 천상의 소리라고 극찬하셨는데, 오보에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없던 저에게는 공연이 끝나고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악기가 바로 오보에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보에’는 사랑을 부르는 소리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지녔다는데, 나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팽이집처럼 생긴 호른은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히 이 공연은 목관 5중주인데 금관 악기인 호른이 왜 여기에 끼어든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 명료합니다. 가장 목관악기와 잘 어울리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랍니다! 돌돌 말려있는 호른을 쫙 펴면 그 길이가 3m나 된다고 합니다. 호른의 주홍진 씨는 유명한 요구르트 광고 cm송에 쓰인 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연주하셔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기 어려운 악기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는 호른을 뷔에르 앙상블의 주홍진 씨는 아무렇지 않게 연주를 잘 소화해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영화음악이나 드라마 OST를 통해 친숙한 클라리넷은 음역대가 넓은 팔색조 악기입니다. 조성호 씨는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셨답니다. 특히 연주에 심취해 온몸을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면서 클라리넷을 부시는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색깔 있는 다섯 가지의 악기와 다섯 명의 연주자들은 80분 동안 모차르트의 판타지아, 카르멘 판타지, 쿠프랭의 무덤, 이베르의 목관 5중주곡과 리베르탱고 등의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몇 곡을 간략하게 소개해 볼까요?


[카르멘 판타지]는 점진적으로 고조되었다가 해소되는 긴장감이 매력적인 바이올린의 선율로 표현된 곡입니다. 스페인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는 사라사테가 1883년에 작곡했으며,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속 일부만을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따로 추려 만든 작품입니다.

[쿠프랭의 무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죽은 자를 기리는 곡입니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했던 작곡가 라벨은 전사한 동기를 비롯한 선, 후배 군인들과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시는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 노래를 쓰게 됩니다. 뷔에르 앙상블은 [쿠프랭의 무덤]은 너무 긴 곡이라서 메이슨 존스가 편곡한 총 네 개의 장 중에서도 1, 2, 4장만 연주했습니다. 각각의 장은 탄탄하게 짜여있고, 멜랑꼴리하고, 유종의 미가 느껴진다는 서로 다른 특색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앙코르 곡이었던 [왕벌의 비행]은 음악 교육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군인인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지은 곡입니다. 누가 들어도 “이건 벌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라고 생각할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음정과 빠른 박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연주하기 어렵다는 [왕벌의 비행]. 플루트 연주자 유지홍 씨의 손가락이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던지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가 힘들었답니다.

​공연을 관람한 두 고등학생들은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 내는 소리가 듣기 좋았고, 목관 악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발랄한 [카르멘 판타지]나 음울한 [쿠프랭의 무덤] 등,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 연주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르간이나 피아노를 위한 곡을 편곡해 목관 악기가 연주하다니…정말 새로웠다”라고 말하면서 만족해했습니다. 반면, 목관 5중주를 제대로 관람하지 않고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하기 위해 공연에 온 것 같아 보이는 학생들도 여럿 보여,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한 학부모는 “잘 모르는 목관 악기를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매 곡마다 설명도 곁들여져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공연의 진행이 단조로웠으며 좀 더 쉽고 친숙한 곡을 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학생들도 공연 예절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천 썸머 페스티벌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무엇보다 인천시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이런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사실이 참 반가웠습니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에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방학이나 휴일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와 같은 공연 및 프로그램이 자주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리고 그 때는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공연 예절을 잘 숙지하고 왔으면 합니다.

15기 공나현 기자

사진 출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블로그​ 및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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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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