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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의자를 신고 달리는', 우리의 ‘시’선을 담아내다

작성자
도은영
청소년 여러분은 교과서를 읽거나 모의고사를 풀 때 마음에 와 닿던 시가 있나요? 마치 내 얘기인 것만 같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마음에 ‘턱’하고 와 닿았던 시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청소년’의 얘기 보다는 ‘어른’들의 얘기를 담은 시들을 많이 접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시 속의 고향은 풀벌레 소리 가득한 시골이라면, 우리의 고향은 힙합과 가요 소리 가득한 도시일 뿐입니다. 또한 고시 속 작가의 학문 열의를 읽고 있자니, 야자와 시험에 찌든 우리에겐 이 시들이 이해하기 무딘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교과서 시들은 우리에게 그저 ‘좋다’라는 감탄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진1)

그러나 여기, 우리의 시선을 담은 시들이 있습니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세상을 담아내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시집, <의자를 신고 달리는>입니다.

이 시집이 뭐길래? - ‘창비청소년시선’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할 문학을 접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문학시장에서의 청소년 문학은 지극히 작은 비율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청소년 ‘시’ 분야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청소년을 주제로 한 소설들은 많이 있어도 시는 <난 빨강>정도에서 머물며 손쉽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집은 달랐습니다. 창비에서 주최하는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의 시선에서 시를 담아내고자 한 프로젝트입니다. 총 두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청소년들의 감수성에 호소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 (1)솔직한 이야기

번데기의 5교시
복효근
5교시 국어 시간
상징과 심상을 배우는데
몇은 졸고
몇은 번데기가 되어 엎드려 잔다.

나비 한 마리 창문으로 들어와
팔랑팔랑 교실을 돌더니
아니다, 안됐다 싶은지
다시 나가려고 유리창에 자꾸 부딪친다.

도무지 시는 재미가 없어
나비는 겨우 열린 창 틈을 나간다.
우리는 언제 번데기에서 벗어나
날개가 돋을까.

창밖 하늘은 눈부시고
나비가 진짜 정말 부러운 시간이었다.


위 시는 <의자를 신고 달리는>에 수록된 시, [번데기의 5교시]입니다. 이 시에서는 나른한 5교시, 잠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리는 우리의 모습을 번데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야자와 시험이라는 강박, 그리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성인이 되고 싶은 모습 또한 우리를 번데기에, 성인을 나비에 비유했습니다. 이처럼 이 시집은 새롭고 구체적인 비유로 우리의 공감을 얻을뿐더러 구체적인 감정들을 쏟아내며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 수학 시험지, 공개 수업 등을 주제로 우리의 일상과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 (2)재치있는

사실상 우리를 담아낸 시들을 접해도 너무 진지하거나 우리의 감정을 배제한 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어른들은 우리가 모범적이고 올바르기만을 바라지만 사실 우리의 마음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만큼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른’들의 시를 읽다보면 진짜 이게 우리 얘기인가하며 합리화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집은 다릅니다.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공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선에서 재치있게 우리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그만 한다면서 왜 더 하니

게임이 멈추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멈추라고
"게임”-김규중 中

게임을 하는 도중 엄마와의 약속된 시간이 끝나고,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끝내라는 엄마의 불호령과 함께 시작된 말다툼, 하지만 게임을 멈출 수 없는 ‘나’는 나름대로의 항변을 시작합니다. 나도 게임을 멈추고 싶지만 ‘게임이 멈추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멈추라고’라며 솔직한 대답을 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부모님과의 언쟁을 그린 이 시는 단순히 꿈과 순수함을 지녔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벗어나,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멈출 수 없는 ‘청소년’을 그렸다. 말 그대로 '청소년의 시선‘에서 긴박한 엄마와의 언쟁을 재치 있고 긴장감 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시집은 청소년의 청소년이기 때문일까, 솔직하게, 그리고 한시도 고객 끄덕임을 멈출 수 없는 ’우리‘의 재치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집, <의자를 신고 달리는>은 청소년의 진지한 고민뿐만 아니라 웃음 가득하고 재치 가득한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선에서 우리의 마음을 토닥거려주고 억눌렸던 감성들을 일깨워 주면서 말입니다. 따라서 만약 MOO독자 여러분도 마음이 답답하거나 이야기와 고민에 걱정이 가득 찼던 적이 있다면 시집, <의자를 신고 달리는>의 시들에 위로와 공감을 얻는 것은 어떨까요?

15기 도은영 기자
블로그 기사
http://blog.naver.com/incheonmoo/220459749153
작성일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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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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