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길을 걷다가 한 외국인이 휴대폰 번역 앱을 보여주며 길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서로 같은 언어를 하지 못했지만, AI 번역기 덕분에 필요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전달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손짓이나 짧은 영어로 겨우 의사를 전해야 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국적이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일을 겪으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AI 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앞으로 통번역이라는 직업은 계속 필요할까? 또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할까?
최근 AI 번역기는 매우 정확해졌다. 여행하며 길을 찾거나 식당에서 주문할 때,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외국인과 짧은 대화를 나눌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까지 등장하면서 언어의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언어는 뜻만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사람의 감정, 문화, 관계, 분위기까지 함께 담겨 있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말투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외교, 의료, 상담, 중요한 계약처럼 실수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정확한 이해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번역가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것을 넘어, 상대의 문화와 상황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전달해야 한다. AI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숨은 의미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오히려 세계가 더 가까워질수록 외국어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여행, 유학, 국제 교류가 늘어나면서 직접 마음을 전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것은 사람의 언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외국어는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해야 할 가치가 있는 능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