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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청소년 시설

생기부 '희망 직업란'과 '꿈'과의 관계

작성자
김규리
작성일
2017-07-25
3월, 학기 초가 매년 돌아오게 되면 항상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분주하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반 학생들과의 상담 준비, 새로운 업무 배정, 여러 가지 유인물 관리 등 항상 바쁘시다. 반면 학생들은 학기 초를 맞이하게 되면 어색한 공기가 감도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 누구랑 친해지면 좋을지 탐색하고는 한다. 그러다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말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금방 분위기는 유해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간신히 수월해진 공기 속에서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께서 나눠주시는 ‘상담자료’이다. 이 상담 자료에는 학생 당사자의 가족 관계, 흥미, 취미, 성적, 희망 대학, 좋아하는 과목, 싫어하는 과목 등 정말 다양한 질문을 하는 문항들이 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장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은 바로 ‘희망 직업’란이다.

글쓴이는 매년 상담자료 유인물을 받을 때마다 항상 저 칸은 비워두고 시작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너는 희망 직업 뭐 썼어?’, ‘나는 아직 되고 싶은 게 없는데 어떡하지?’, ‘장래희망 이거는 맨날 물어보더라. 매번 바뀌는데....’ 늘 이렇다. 학생들은 자신의 손가락만도 못한 크기의 작은 칸 때문에 쩔쩔매고는 한다. 그러다가 결국 못 적고 내면 담임 선생님이 물어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글쓴이가 ‘희망 직업란은 왜 있는 걸까?’ 고민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답은 이러했다. ‘대학에서 보는 거니까 전공에 얼마나 적합한지 보려는 거겠지 뭐’,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늘 적는 거잖아.’ 각자가 생각하는 희망 직업란의 존재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 누구도 본래의 의도인 ‘나의 진로를 생각해보기 위해서’ 이렇게 대답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이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 중에서 꿈이 없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그것이 절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도 진로 희망란에 원하는 직업을 기재하라니 학생들은 고민이 많다. 선생님들께서는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기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빈칸으로 비워두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대학 갈 때 어떻게 발목을 붙잡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희망직업란은 등 떠밀려 작성되고, 발목을 붙잡히지 않으려 기재된 장래희망은 원하는 직업이 생겼을 때 또다시 고민거리가 되고는 한다. 대학과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바뀌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대학, 그것은 대한민국의 학생들이라면 아마 대부분이 꼭 가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 같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생활기록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생기부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 학교에서 하는 활동 하나하나에 매달리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진다. 또한, 대학에서 생기부는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므로 학생들은 오점 하나 남기기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의 진로마저도 완벽하게 준비해놓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진로라는 것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 단순히 적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한 학생들은 정해놓은 진로에 맞춰 과정을 하나씩 밟아 나가고 또 경쟁한다. 그러나 중간에 진로가 바뀐다면 방향을 완전히 트는 것은 어렵다.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 대학 때 복수전공 같은 제도를 통해 진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학생이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즉 꿈이라는 것이 점차 보여주기식이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꿈이라는 것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지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아니다. 너무나도 과열된 경쟁이 학생들에게 ‘꿈’이라는 짐을 지운 것이 아닐까. 천천히 생각해보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 재밌고, 열심히 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해 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주변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라며 학생들이 꿈을 확고하게 가지기를 원하지만 꿈을 고민해보는 시간도 학생들에게는 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히려 꿈을 향해 다가가고, 흔히 말하는 나라를 잘 이끌어갈 방법일지도 모른다. 꿈을 꼭 갖지 않더라도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지다. 그렇기에 앞으로 희망직업란에 많은 짐을 지우게 하는 것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더 줄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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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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