记录镜头之外的时间
사진 너머의 시간을 기록하다
管洞画廊柳银珪、户田郁子
관동갤러리 류은규(柳银珪)·도다 이쿠코(戶田郁子)

在过去30年间,摄影师柳银珪用镜头记录着居住在中国东北三省的朝鲜族。在他身旁,负责历史考证和摄影集编辑的则是户田郁子。两人以夫妻的身份,共同践行着“记录的人生”
30년 간 중국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조선족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 류은규. 그리고 그의 곁에서 역사 검증과 사진집 편집을 맡아온 도다 이쿠코. 둘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기록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摄影师丈夫与历史学者妻子
사진가 남편과 역사학자 아내

拥有140多年深厚历史的仁川开港场街,这里的每一条小巷都承载着各自的故事。而在这片街区的某个角落,坐落着一座小型展览馆。取名为“管洞画廊”,正是因为它坐落于此。而它的主人,正是摄影师柳银珪与他的妻子户田郁子。十年前,原本居住在首尔的两人决定在这里扎根。这是因为夫妻两人常常需要出国,且这里的环境与他们的研究领域也有着紧密联系——那就是“历史”与“记录”。
140여 년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개항장 거리. 골목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깃든 거리에 작은 전시관이 하나 있다. 동네 이름을 따 ‘관동갤러리’라고 이름을 붙인 이곳은 사진가 류은규와 그의 아내 도다 이쿠코가 운영하는 전시관이다. 서울에 거주하던 둘은 10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았다. 부부 모두 해외로 나갈 일이 많은 데다 관심 분야와 밀접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역사’와 ‘기록’이다.
“因为妻子是日本人,儿子又长期在海外,我们希望找到一个便于往返的地方,最终选择了拥有机场的仁川。在仁川,我们又刻意挑选了一处历史悠久的地方。毕竟,我们夫妻一生都在从事记录历史的工作,这样的选择可谓理所当然。”
“일본인 아내와 외국에 있는 아들이 오가기 편한 곳을 찾다 공항이 있는 인천을 택했어요. 그중에서도 오랜 역사가 깃든 곳을 찾았죠. 저희 부부가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正如柳银珪所言,自结婚以来,两人始终坚持着“记录”的人生。他们的主要研究对象,便是朝鲜族与地区历史。摄影专业出身的柳银珪,曾在一家杂志社工作,正是在那里,他结识了户田郁子。当时,户田郁子是日本某报社的驻韩特派记者,专门负责采访韩国的历史与文化。兴趣相投的两人于1991年结婚。两年后,他们带着刚满6个月的孩子搬到了中国哈尔滨,以便深入研究朝鲜族。
류은규 작가의 말처럼, 부부는 결혼 이후 줄곧 기록하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그 대상은 주로 조선족과 지역 역사다. 사진학을 전공한 류은규 작가는 한 잡지사에서 일하다 아내를 만났다. 당시 일본 신문사의 한국 특파원이었던 아내는 한국의 역사·문화를 취재하다 남편을 알게 됐다. 관심사가 통한 둘은 1991년 결혼했고, 2년 뒤 생후 6개월 자녀를 데리고 중국 하얼빈으로 거처를 옮겼다. 조선족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妻子专攻韩国近现代史,尤其对抗日运动充满兴趣。因此,我们选择前往许多抗日运动家后裔居住的中国地区。在当地,我们亲自拜访这些后人,聆听他们的故事,并用镜头记录了他们的生活。就这样,我们开启了记录朝鲜族生活的旅程。”
“아내가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했고, 특히 항일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니 항일 운동가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국 지역으로 간 거죠. 현지에서 후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렇게 조선족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30年,捕捉朝鲜族生活
30년 간 포착한 조선족의 삶

向他人诉说自己的故事并非易事,尤其是向来自异国的陌生人诉说,更是难上加难。因此,夫妻两人在正式采访前,都会进行详尽的事前调查,然后再与受访者交流。“让他们意识到‘这个人已经对我的事情很了解’后,深藏的故事就会自然而然地流露出来。”他们甚至从受访者本人手中获取珍藏多年的老照片。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타국에서 온 이방인에게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부부는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친 뒤 대상자에게 다가갔다. ‘이 사람이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왔구나’라는 인식을 먼저 심어주니 깊은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다. 추억이 어린 사진들 역시 대상자에게 직접 얻기도 했다.
“我们拿着老照片,向他们询问‘这是什么照片?’时,他们都会认真地讲述故事。许多人表示,反正等他们去世后,这些照片都会被烧掉,所以干脆交给我们保存。我们深知这些照片的价值,因此都小心翼翼地珍藏起来。这些点滴记录最终汇聚成了庞大的历史数据。”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며 ‘이건 어떤 사진인가요?’라고 물으면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어차피 본인이 죽으면 다 태워버릴 사진들이니 가져가라 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저희는 사진의 가치를 잘 아니까 그걸 소중히 모은 거죠.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록이 모여 방대한 데이터가 됐어요.”
他们收集的不仅仅是抗日运动家后裔的照片,也包括朝鲜族的日常生活照片。他们不仅收集个人持有的照片冲印本,还走访街头的老相馆,寻找底片原件。他们奔走于朝鲜族聚居的中国东北三省(辽宁、吉林、黑龙江),用镜头记录着朝鲜族的生活点滴,并最终在2000年出版了《被遗忘的痕迹:用照片讲述的朝鲜族百年史》摄影集。即使在2007年回到韩国后,他们仍定期前往中国,继续这一记录工作。这段旅程长达30余年,期间所收集的照片多达5万张。
수집 대상에는 항일 운동가 후손들뿐 아니라, 조선족의 평범한 일상이 담긴 사진도 포함됐다. 개인이 갖고 있는 사진 인화본은 물론 동네 사진관들을 찾아다니며 필름 원본을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을 돌며 그들의 삶을 기록했으며, 이를 엮어 2000년 <잊혀진 흔적: 사진으로 보는 조선족 100년사>라는 사진집을 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2007년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중국 현지를 찾아 작업을 이어갔다. 그 세월만 30여 년, 그새 수집한 사진이 무려 5만 장에 달한다.

夫妻两人一直秉持“照片即历史”的理念,持续收集资料。他们开始思考该如何有效利用这些资料,最终决定出版“间岛写真馆”系列摄影集:从众多照片中精选符合特定主题的影像,编成系列出版物。第一本书的主题是“尹东柱”。诗人尹东柱是韩国人最熟悉的人物之一,他们收集了他的故乡——北间岛的风景照片及那个年代的影像,并在2022年出版了《东柱的时光》。随后,他们又相继出版了讲述朝鲜族生活史的《记忆的记录》(2023年)和以朝鲜族儿童为主题的《我们是国家的王》(2024年)。
‘사진이 곧 역사’라는 생각으로 자료를 모은 부부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간도사진관’ 사진집을 내자고 결정했다. 수많은 사진 중 각 주제에 맞는 것들을 골라 묶은 시리즈로, 첫 번째 주제는 ‘윤동주’였다. 한국인에게 너무나 친숙한 인물인 윤동주 시인의 고향 마을 북간도 풍경과 그 시절의 사진을 모아 2022년 <동주의 시절>을 출간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조선족의 생활사가 담긴 <기억의 기록>(2023), 조선족 어린이를 주제로 한 <우리는 나라의 왕>(2024)을 차례로 펴냈다.
“我们花了很长时间思考,该如何整理我们收集到的这些记录。光是收集而不去整理,那就毫无意义。因此,我们决定围绕不同的主题,出版系列摄影集。目前已经出版了三本,反响都很好。因为这些照片完整地展现了朝鲜族的生活,其中蕴含了浓厚的人文价值。未来,我们计划继续挖掘不同的主题,将‘间岛写真馆’系列扩展至10本。”负责策划和编辑的妻子户田郁子,谈及了他们的未来计划。
“저희가 모은 기록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모으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각 주제를 정해 지금까지 세 권의 사진집을 냈는데 모두 반응이 좋았아요. 조선족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사진들이니까요. 인문학적인 요소라 할 수 있죠. 앞으로도 다른 주제를 발굴해 간도사진관 시리즈를 총 10권으로 구성할 생각이에요.” 사진집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아내가 앞으로의 계획을 내비쳤다.
传递仁川历史中的瑰宝
인천 역사 속 보물을 전하는 역할

夫妻两人除了致力于“间岛写真馆”系列外,还专注于记录仁川的历史。自搬到仁川后,他们便开始研究这座城市的历史,并收集相关资料,如今正陆续将研究成果呈现给世人。其中最具代表性的便是《摩登仁川》系列,收录了旧仁川的珍贵影像。2017年,他们出版了第一册,该书收录了上世纪30年代的仁川鸟瞰图及那个时代的照片。今年3月,他们又推出了第二册,新书收录了1897年从长崎移居仁川的英国夫妇——沃尔特·贝内特与哈娜·格洛夫所珍藏的旧韩末朝鲜影像。
부부는 해당 시리즈 외에 인천을 기록하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인천으로 이사를 온 이후 이곳의 역사를 연구하며 관련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하나둘씩 꺼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옛 인천의 생생한 풍경이 수록된 <모던 인천> 시리즈. 지난 2017년, 1930년대 인천을 그린 조감도와 그 시절 사진으로 구성된 1권을 출간했으며, 올해 3월 2권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책자에는 1897년 나가사키에서 인천으로 건너온 영국인 부부 월터 베넷과 하나 글래버가 간직하고 있던 구한말 조선의 사진들이 담겼다.
“《摩登仁川》中的旧仁川风貌,都是极其珍贵、难以获取的历史照片。特别是第二册,不仅包含仁川的历史影像,还收录了明成皇后葬礼、战地摄影师拍摄的战时记录等珍贵资料,可以一窥朝鲜后期的社会风貌。比起普通的摄影集,这更像是一部史料集。”
“<모던인천>에 담긴 인천의 옛 풍경은 모두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사진이에요. 특히 2권에는 인천뿐 아니라 명성황후 장례식, 종군 사진사가 찍은 기록 사진 등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많아요. 사진집이라기보다 사료집이라 볼 수 있죠.”
夫妻两人的工作,正是在历史中挖掘新的价值。这些影像虽然属于过去,但其中许多场景却是我们从未了解、或曾经忽视的。他们通过这些照片提供全新的视角,但并不会忽略事实。正因其研究涉及历史,每一项资料都必须经过严格考证。他们不仅依靠身为历史学者的妻子,还会向各领域的教授请教,进行严谨的学术验证。从确立主题、收集照片、进行数字化处理、构建故事线、历史考证、到最终的编辑与设计出版,每一个环节都充满挑战。然而,他们始终怀揣着一份使命感,坚持完成这项工作。
이처럼 부부의 작업은 역사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일이다. 분명한 과거이지만, 우리가 차마 알지 못했던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장면을 포착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역사학자인 아내를 비롯해 각 분야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다. 주제를 정하고, 사진을 모으고, 파일로 변환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검증을 거치고, 편집 및 디자인까지 해 책자를 발간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일종의 사명감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人类记录历史的方式主要有三种——绘画、文字和摄影。而其中,摄影的历史最短,却拥有无可替代的力量,那就是让人直面事实的力量。我认为,摄影师不仅仅是拍摄照片,更要整理、归纳这些影像,并将其传承给后世。”
“인간이 역사를 기록하는 도구가 3가지가 있잖아요. 그림, 문자, 사진. 그중에서 사진의 역사가 가장 짧은데, 사진만이 가진 특별한 힘이 있어요. 사실을 직시하게 하는 힘이죠. 단순한 촬영을 넘어 사진들을 정리해 후대에 전하는 것까지가 사진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为照片赋予史料价值的柳银珪与户田郁子,他们毕生都在与影像为伴,即便如此,他们仍觉得自己要做的事情还有很多。在他们的手中,即将重生的仁川影像,令人充满期待。
사진에 사료적 가치를 불어넣는 류은규·도다 이쿠코 부부. 평생 사진을 다뤄왔음에도 아직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는 그들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날 인천의 사진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