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넘나드는 화합의 시간
인천화교협회, 제114회 쌍십절 행사 개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10월 10일, 인천 차이나타운을 감싼 바람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노래가 실려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이내 부드러운 중국어로 이어지는 화음. 두 나라의 문화가 한 교정 위에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123년의 전통, 오늘을 잇다.
10월 10일, 인천화교소학교ㆍ중산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제114주년 중화민국(대만) 국경일 쌍십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1902년 설립된 인천화교학교는 국내 유일의 100년이 넘은 화교학교다. 한 세기를 이미 훌쩍 넘긴 이 학교는 화교사회의 심장과도 같다.
이날 강당에는 400여 명이 모였다.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은 물론, 주한 타이페이대표부와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함께했다. 행사는 국민의례로 시작해, 화교사회의 정체성과 미래를 말하는 축사가 이어졌다.


강수생 인천화교협회 회장은 “쌍십절은 화교사회의 뿌리이자 정신”이라며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곽추문 주한타이페이대표부 부대표도 “화교사회는 양국 우호의 상징”이라며 “화교학교를 중심으로 한 세대 간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래와 춤으로 이어진 마음

쌍십절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진행된 다양한 공연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정체성과 화합의 상징이었다. 변검과 사자춤, 전통무용, 합창. 그리고 망춘풍과 아리랑의 합창은 두 문화가 아름답게 하나되는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행사에 참여한 고등학생 김민아 양은 “1년에 단 하루, 쌍십절 공연을 위해 친구들과 밤낮으로 준비했다”며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향한 다리
화교학교를 졸업한 왕립경씨는 “화교 3세지만, 거의 한국인처럼 자랐다”며 “오늘 같은 날 모교를 찾는 건 뿌리와 연결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땅 위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이 자신의 문화를 기억하고 나누는 날, 쌍십절. 이 도시에 뿌리내린 화교사회가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하루이자, 세대와 문화를 잇는 아름다운 다짐의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