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노동의 세계
흔히 ‘노동자’라고 하면 블루칼라, 즉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외에도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으며, 많은 종류의 노동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을 넘어 감정도 노동의 영역으로 들어와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었을 정도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 우리들이 몰랐던 다양한 노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감정 노동
1983년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교수가 ‘직업상 본연의 감정을 숨긴 채 특유의 표정과 몸짓을 드러내는 노동’이라는 뜻으로 감정 노동이라는 개념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감정 노동자는 상담가, 스튜어디스 정도로 한정되어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백화점 판매 사원, 간호사, 콜센터 직원 등 사람을 대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감정 노동자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감정 노동자 보호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감정 노동 관리사라는 직업도 등장했다.
-예술 노동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예술 기관은 전시나 공연을 할 때 예술가들에게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화가나 작가들에게 돈 문제에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라고 강요하면서,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노동착취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은 비실용적일지 몰라도 무엇보다 존재의 부족한 부분을 해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은 삶에서 아주 본질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농업 노동
농부들은 노동의 그림자 영역에 있다. 법의 세계에서도 농민들은 관심 밖이다. 한국의 농업 관련법에는 고용인이나 자영농에 가까운 ‘농업인’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농업 노동을 지탱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정부 보고서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 농업, 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2만 명에 달하지만 농촌의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임금을 많이 받지도 못하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시 노동
경비원, 물품 감시원 등 감시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을 ‘감시 노동자’라고 부른다. 경비원들은 보통 24시간 교대로 장시간 근무하지만 임금이 매우 낮다. 여태까지 최저임금의 80%가량만을 급여로 받아 왔고, 근로 기준법의 대상도 아니다. 올해부터 최저 임금 100%를 보장받게 되었지만, 경비원의 임금 상승은 관리비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비원의 일자리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가사 노동
200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주부는 평균 하루에 6시간 18반의 가사노동을 한다. 미취학 자녀를 둔 전업 주부의 경우 평일에는 8시간 23분, 일요일에는 6시간 46분 동안 일한다고 한다.
가사 노동은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GDP)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사 노동이 ‘그림자 노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가사 노동의 특징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권 단체 워크프리재단은 무보수로 가사를 하는 여성 노동자가 ‘현대의 노예’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동 노동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17세 가운데 약 1억 7,000만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노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동 노동의 사례로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일을 시작한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농업이다. 이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충분한 임금을 기대할 수도 없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아동 노동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켄터키 주, 버지니아 주 등에서 일곱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담배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필자 또한 노동자라고 하면 블루칼라 이미지를 떠올리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평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많은 노동의 종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예술은 노동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인식이 변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MOO 독자들도 이번 기사를 통해 평소 알지 못했던 다양한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5기 김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