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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잔혹동시 논란, 준비되지 않은 어른들

작성자
김준형
작성일
2015-05-23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 /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위 시를 10세 아이가 썼다면? 아마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이 시는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나온 동시집<솔로 강아지>에 심장을 먹는 모습의 여자가 그려진 삽화와 함께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사회적인 비판으로 출판사 측에서 전량 회수 및 폐기를 결정했다. 게다가 이 시를 지은 작가에게 ‘패륜아’, ‘사이코패스’ 라며 10세 아이에게 하기 힘든, 아니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가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그럼 과연 이 어린아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것 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작가가 건강한 소통방법을 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잘못되었지만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실제로 작가의 어머니(시인)또한 문인답게 위 시를 읽고서 분노보다는 미안함이 앞섰다고 전했다. 그래서 작가의 학원을 그 즉시 끊어버렸다고 했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솔직한 표현으로 어머니와 갈등 없이 건강한 소통이 가능했다. 게다가 이런 솔직한 표현도 순수한 어린이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빠름을 추구하는 사회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시는 문학작품이고 예술작품이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속도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저런 시가 등장하면 학원가기 싫은 어린아이의 속마음 보다는 겉모습 만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엄마를 먹어 라는 시구가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 겉만 보고 저 아이는 ‘패륜아’, ‘사이코패스’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위 시는 10세 어린아이가 가지기에는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허나 시는 시일뿐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만든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저러한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어린이를 비난하고 혼낼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자신과 그 사회를 돌아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의 칼럼을 보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책(’학원가기 싫은 날‘이 수록된 동시집<솔로 강아지>)을 보고 한국 사회가 특히 5월 가정의 달과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다시 성찰하게 되었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돌아갔을 터이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 그런 방향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이와 엄마의 마음이 동심의 세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면, 사회나 언론은 잘못된 어른의 세계를 고집스럽게 드러냈던 것이다.’ 라고 쓰여 있다. 이처럼 어른들은 동시를 어린이의 입장에서 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그 시를 충분히 느끼고 감상할 시간이 없었기에 한 아이의 꿈을 짓밟았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원하는 삶보다 그들이 원하는 어린이의 삶을 알려주는 지도 모른다.



15기 김준형 기자
사진출처 : 네이버 이미지
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 칼럼 인용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321&ref=nav_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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