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 이어 최근 '고민 해결'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추세입니다.
사연 신청자가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패널들이 사연을 공개하고 패널들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 방청객들의 투표를 이용하는 프로그램, 사연 신청자가 직접 출연하는 프로그램, 방청객의 고민을 해결하는 프로그램 등 그 형태도 다양한데요. 이들의 대부분은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사람들의 고민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것은 조금 의아스러울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정작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한계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바로 방송에 출연하는 패널들의 장난스러움, 혹은 사연의 대수롭지 않음 때문인데요.
후자의 경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일상적인, 예를 들어 '약속시간에 매번 늦는 친구(실제 필자의 고민)'과 같은 고민은 딱 예능에 적합한 수준이기에 패널들도, 방청객들도, 사연 신청자도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풀어 나갈 수 있는 '예능'에 나올법한 고민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심지어 고민의 정도가 예능의 수준을 벗어날 경우엔 문제가 됩니다.
가정 내의 편애와 같은 고민은 이미 예능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고민으로 등장하고는 하는데요.
이때 패널들은 심각한 고민을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은 고민'으로 만들어버리고는 합니다.
이유는 당연히 '예능이기 때문에'인데. 예능이기에 진지한 태도로 고민 해결에 임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능이라면, 애초에 예능스러운 사연을 채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예능 답지 않은 사연을 주제로 삼아놓고 그 사연의 심각성을 깎아내리는 프로그램의 이러한 태도는 사연 신청자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뿐 만 아니라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예능'의 특성상 시청률 확보를 위해 과장하고 사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데, 방송에 비친 모습만을 보고 시청자들은 SNS와 커뮤니티에 일반인인 사연 신청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을 쏟아냅니다. 일반인을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실제로 며칠 전 '동상이몽'에 출연한 스킨십 가족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방송 이후 가족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견디다 못한 출연자의 언니가 SNS에 글을 올린 것인데요.
그 글은 방영된 가족의 모습이 상당 부분 작가의 지시에 의한 행동들이었으며, 실제 촬영장의 상황이 편집되어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 글이 사실일 경우 해당 방송의 제작진들은 가족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과 야유들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이 두 문제의 공통적인 원인은 프로그램이 '예능' 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예능으로서의 한계 때문에 편집, 과장 및 왜곡되는 사실로 일어나는 피해를 일반인 출연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도 쉽고, 접근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가 피해를 받고, 시청자들이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리고 그 피해가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것에서부터 발생되었다면 그 프로그램을 예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예능 답지 않은 예능, 고민 해결(상담)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