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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다른 시간 속의 한반도

작성자
소동규
작성일
2015-09-27

2015년 8월 15일, 한반도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했다. 해방이라는 염원 속에 대한독립만세를 외친지 벌써 70년이 지났다. 광복 70주년인 만큼 한민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이 날 만큼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했지만 북한과 남한은 이 날을 기점으로 다른 시간 속에 살게 되었다.

바로 북한이 표준시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원래 남한과 북한 모두 동경 135(UTC+9)를 기준으로 표준시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은 일제의 잔재를 모두 청산할 것을 표명하며 동경 135도(UTC+9)가 아닌 동경 127(UTC+8:30)로 표준시를 변경하였다.

영국에 위치한 그리니치천문대를 기준으로 경도 15당 1시간씩 나눠 사용하고 있는데 협정 세계시에서는 표준시로 정수 단위 시간대를 쓰기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동경 120도(UTC+8) 또는 동경 135도(UTC+9) 중 하나를 골라 표준시로 삼아야 한다. 물론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시 여겨 이를 따르지 않는 나라도 있다. 한국은 세계 협정에도 따르며 서머타임 효과를 받는 동경 135도(UTC+9)를 선택하였다.

#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북한이 표준시를 변경하자 남한의 많은 누리꾼들은 “좋은 취지인 것 같은데 왜 남한은 그대로인가?”, “우리나라도 변경하는 것이 옳다.”라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시간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다. 분명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취지는 좋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그대로 있는 것일까? 과거로 들어가보면 우리나라도 동경 135도(UTC+9, 현재 표준시)가 아닌 동경 127도(UTC+8:30, 현재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를 사용했던 적이 있다. 1908년 대한제국이 동경127도(UTC+8:30)를 한국 표준시로 첫 시행하였다. 하지만 1912년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식민지 지배 편의를 위해 동경 135도(UTC+9)로 바꾸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인 1954년 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해 다시 동경 127도(UTC+8:30)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1961년 박정희 정권 때 미군과의 군사작전 수행과 국제교류에 있어서 동경 135도(UTC+9)사용이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다시 변경 하였다. 이후 근래에 들어서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표준시 변경을 발의 한 적이 수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 우리도 변경해야 할까?
지금 와서 표준시를 변경해버리면 손실이 너무 크다. 금융, 항공, 군 등 여러 상황에서 부대비용과 추가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기존의 표준시에 따른 모든 자료들이 모두 변경되어야 한다. 또한 대외관계가 높기 때문에 여러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표준시 변경은 옳은 결정이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자
과거 인도네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동티모르는 동경 125° 55'로 한반도와 비슷한 경도선에 위치한다. 동티모르는 식민지배 당시 인도네시아의 시간대 중(인도네시아는 국토가 좌우로 길게 분포되어 UTC+7, 8, 9 총 3개의 표준시를 사용한다.) 하나인 동경 135도(UTC+9)도를 사용한다. 2002년 독립 이후 동티모르는 식민지배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동경135를 유지하여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예를 들어도 비슷한 상황이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와 스페인은 UTC+0 시간대를 사용하였고 네덜란드는 UTC+0:20에 해당하는 시간대를 사용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독일의 침략으로 독일의 시간대인 동경15도(UTC+1)로 강제 변경되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이들의 표준시는 변경되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동경15도를 유지하여 사용 중이다.

이처럼 식민지배의 잔재, 특히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작 시간은 변경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가 굳이 식민지배 잔재 청산을 이유로 표준시 변경을 무리하게 변경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이번 북한의 표준시 변경은 아쉬움이 남는다. 실리와 명분 중 명분을 선택한 북한의 행보가 앞으로 남북교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15기 소동규 기자
사진 출처 : kbs 캡쳐
(*2015년 8월 작성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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