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한도전-극한알바’편에서 정준하 씨가 일일 텔레마케터로 고객의 전화상담업무를 담당하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정준하 씨는 짧은 시간 동안 텔레마케터 업무를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상담원의 고충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는데요.
텔레마케터를 비롯한 서비스업 종사자의 대부분은 '감정노동자'로 분류됩니다. '감정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점차 산업이 고도화되고 서비스업 관련 직업이 늘어나면서 '감정노동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한국 감정노동자는 약 1천만 명으로 분류되며 그들의 감정노동 결과를 비교분석해 본 결과 텔레마케터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근로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일부는 우울증과 수면장애, 자살 충동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자살 충동률이 국민 평균 16%보다 두 배 가량 높은 30% 이상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실시하는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량 고객 신고제를 활성화시키고 교대 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외에도 전문상담인을 통한 심리치료 및 정기 건강검진을 보장하는 혜택을 지원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인권 보호를 통해 일의 능률을 증진시킨다면 고객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인데요.
제도적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왕이다’라는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고객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사업자들의 입장이 더해져 텔레마케터가 겪는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 천만 명 시대 대한민국. 고객의 편의를 위해 감정을 숨기며 직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매우 시급한 상황입니다.
16기 나명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