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이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이곳의 한복판에는 한국 전쟁을 ‘기념’하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이 있습니다. ‘용산전쟁기념관’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 전쟁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각종 호국 전쟁의 방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6·25 전쟁의 발발 원인과 전쟁 경과 및 휴전 과정에 대한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990년 9월에 건립이 확정된 전쟁기념관은 이 후 4년만에 빠르게 건설되어 1994년 6월에 개관했습니다. 보통 예산을 책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몇 해가 걸림에도 불구하고 12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규모의 사업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설립 이후에는 기념관의 위치에 대한 논란 등 급한 추진으로 인해 놓친 부분에 대한 지적이 뒤따르고 있는데요.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명칭’에 관한 비판입니다. 건립 이후 22년 간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서울전쟁기념관. 과연 전쟁은 ‘기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전쟁을 ‘기념’한다는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봅시다.
본래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을 모아 놓고 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는 곳입니다. 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역사적 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지요. 아픈 역사의 참상을 ‘기억’하기 위해 박물관을 통해 역사적 유물을 보존하고 알리려는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이와 달리 ‘기념관’이라는 명칭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기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함.’이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과연 전쟁을 ‘기념’한다는 단어가 적절한 선택이었을까요?
1950년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만 명에 육박하는 사상자를 기록한 참혹한 전쟁이었습니다. ‘기념’이라는 단어의 사용으로 인해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은 22년간 서서히 그 이미지가 미화되어오고 있었습니다. 공식명칭에 대한 학계의 지적은 ‘기념관’이라는 곳 자체의 의미에서 비롯됩니다. ‘기념관’은 박물관과 달리 역사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재해석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방적으로 ‘닫힌 공간’에 가깝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전쟁기념관에는 커다란 시계탑 두 개가 서있습니다. 그 중 한 시계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네 시에 멈춰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모든 진실이 담겨있다는 그 시간 앞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봅시다. 전쟁표준시에 멈춰있는 시계탑처럼 우리의 비판적 시각도 1990년 설립 당시에 멈춰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부터인가 정해진 대로, 보이는 대로 믿고 따르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16기 나명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