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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아름다운 장미? 정말로? - 갈증 속에서 피어난 장미에 대하여

작성자
전윤아
작성일
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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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데에는 장미만 한 꽃이 없다. 양 끝으로 뻗어 나가는 유려한 꽃잎은 드레스를 걸친 여인처럼 우아하고, 그 색은 여인의 입술만큼이나 고혹적이다. 농업과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며 장미는 품종 개량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꽃 중 하나인데, 이미 알려진 품종만 해도 2만 5,000여 종이 넘고, 최근에는 자연에서는 피어날 수 없는 색의 장미 등이 개발되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 장미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꽃이 아니다. 5월 14일 오늘은 석가탄신일과 동시에 ‘장미 데이(Rose Day)’이다. 이날 연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꽃다발을 주고받는다. 로즈 데이와 더불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때 판매되는 장미의 양이 연간 장미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장미 수요에 맞춰 기업들은 아프리카 등지에 장미 농장을 짓고 화훼 산업을 벌이고 있다. 그중 유럽에서 팔리는 장미의 70% 이상이 케냐의 나이바샤 호수에서 재배되는데, 나이바샤 호수에 거대한 장미 농장이 들어서면서 근처 주민들의 생계는 나아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주민들의 피와 살이 되었던 나이바샤 호수가 점점 그 청량함을 잃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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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바샤 호수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계가 아름답게 보존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호수 바로 옆에 장미 농장이 들어서면서 호수가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장미 한 송이를 피워내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무려 10L나 되는데, 이 장미 농장이 나이바샤 호수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농업용수로 쓰니 호수가 서서히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장미 농장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도 호수의 생태계 파괴 원인으로 꼽힌다. 장미는 재배 조건이 까다롭고 병충해에도 약하여, 많은 양의 제초제와 농약이 사용된다. 이때 땅으로 스며든 농약이 호수로 흘러들어 가며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결국, 호수를 누비던 물고기가 농약의 유독 성분에 의해 죽고, 그 죽은 물고기를 먹은 새들이 죽게 되어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된다. 죽은 동물들과 독성 물질로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인근 주민들 역시 심각한 건강 문제와 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한때는 큰 호수였으나 지금은 바닥을 보인 중동의 아랄 해(Aral sea)처럼, 이대로라면 나이바샤 호수도 람사르 습지라는 명예를 잃고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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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째서 서양 기업들은 자국에 장미 농장을 짓지 않는 걸까? 농장 부지 확보와 비싼 노동력도 원인으로 꼽히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자국 수자원 보호’이다. 기후 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물 부족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유럽은 언제나 수자원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좁은 땅 위 인구밀도가 높으므로 자칫하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부유한 유럽계 기업이 자국의 수자원을 보호하면서 농경 산업을 발전시키는 최상의 방법이 바로 플랜테이션이다. 수자원이 풍부한 후진국에 농장을 들여 그곳의 물을 사용함으로써 자국의 수자원을 보호하고 동시에 기업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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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로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열강들보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의 물 부족이 더 심각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물을 빼앗으며 가꾸어 낸 장미 한 송이는 유럽으로 비교적 싼 값에 팔려 나간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물 몇백 리터의 값어치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값이다.

장미는 여전히 아름답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장미는 아프리카와 남미의 장미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우리는 그 선명한 장미 꽃잎 색만큼이나 또렷이 드러나는 물 부족의 심각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 그 어느 나라도 물 부족 문제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금부터라도 물 절약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16기 전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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