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
남성 분 들은 잘 알 것입니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소변을 볼 때 우리 앞에 나타난 이 파리 스티커는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용도로 쓰이는 것일까요?
이 파리 스티커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공항의 화장실에서 처음 쓰여 졌다고 합니다. 당시 남성들의 소변이 소변기에서 빗나가거나, 바깥으로 튀는 양이 많아 악취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 때 파리 스티커는 남성들의 소변 시 조준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 파리 스티커의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났는데, 무려 튀는 소변의 양이 평소보다 80%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결코 사람들에게 행동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지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을 뿐입니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합니다. 더욱 자세하게 넛지는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렇게 하는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합니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닙니다. 넛지의 사례 중에는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사용 대신 계단 사용을 유도하는 피아노 계단, 청결하지 못한 위생시설 때문에 질병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해 손을 씻으며 비누를 모두 사용하면 나오는 장난감 캠페인 등등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피아노 계단 사례를 통해 계단 이용률이 평상시보다 66%가 증가했고, 비누를 사용하면 장난감이 나오는 캠페인을 통해 질병 발병률이 70%나 감소하고, 호흡계 질환감염이 75%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흔히 경제학에서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극히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적인 인간을 뜻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인간들은 허점투성이 입니다. 인간들은 항상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는 하지만 꾸준한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해 후회의 삶을 살아갑니다. 또한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러한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간파하고, 넛지라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힘으로서 사람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지금껏 우리가 많이 사용한 방법은 당근(인센티브)와 채찍(체벌, 금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넛지라는 개념이 제시된 후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똑똑한 생각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16기 기자 임수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