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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시대를 울린 세계의 악법 ① 서양 : 캐논법과 마녀사냥

작성자
나명채
작성일
2016-10-13
본래 사회를 규율하는 ‘법’이라는 수단은 원시사회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도덕이나 법 등의 관습이 성문화되지 않은 상태로 주술적 종교의식과 융합된 형태로 존재했는데요. 우리가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문화되어있는 법의 등장은 문명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기원전 30세기경의 고대 이집트는 신의 개념에 기초한 민법을 갖고 있었고, 기원전 22세기 경의 고대 수메르인들은 인과관계를 밝힌 최초의 법전을 공식화하였습니다. 이처럼 인류사에 국가가 등장하고 다수를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단이 필요해지자 법은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발전하게 됩니다. 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공존하듯이 정의를 실현하고 백성을 위하는 법도 있었지만, 잘못된 종교적 맹신이나 권력 혹은 제국주의의 산물로 생겨난 악법도 존재하기 마련이었죠.

‘시대를 울린 세계의 악법’이라는 주제로 서양과 동양을 나눈 두 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인류사에 존재했던 ‘악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전에 담긴 내용이 과연 악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설령 내용이 악하더라도 타당한 목적을 고려했을 때 법으로 인정해야할지 말아야할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먼저 악법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악법의 사전적 정의는 ‘형식상 요건은 갖추었지만 그 내용이 나쁜 법률’입니다. 법실증주의 학자들은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이다. 형식상 요건을 갖추었기에 악법도 법으로 인정해야 한다.’ 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인간의 천부인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자연법론자들은 악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해칠 소지가 충분하므로 공동체를 위한 법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시대를 울린 세계의 악법 ① 서양편’에서 소개해드릴 법은 바로 유럽 일대에서 시행되었던 캐논법입니다. 이 캐논법은 마녀사냥을 정당화 시키는 합법적 장치가 되는 법이었습니다. 캐논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녀사냥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다음 그림은 마녀사냥 당시를 나타낸 것입니다. 마녀사냥은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되어 16세기 말부터 17세기에 전성기를 이뤘습니다. 당시 유럽 사회는 악마적 마법의 존재, 곧 마녀가 존재한다고 믿었는데요. 악마와 마법 그리고 마녀가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신념은 지배계급과 당시의 지식인인 신부와 법관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적 풍토였습니다.

주된 공격대상은 과부 즉 여성이었는데,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하느님의 말씀을 어긴 여성은 원죄를 가진 악마의 심부름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희생자의 수도 적었고 종교재판소가 마녀사냥을 전담하였지만 종교재판이 이교도를 박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광기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당시 자행된 것으로 보고된 마녀사냥만 해도 10,000건이 넘는데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없는 사실을 조장하거나 몰아가서 죄를 인정하게 만들고 결국 화형이나 참수형에 처하는 것이 마녀사냥이었습니다. 이렇게 비윤리적인 마녀사냥이 합법화될 수 있었던 근거가 되는 법이 바로 캐논법입니다.

캐논법에는 고문을 합법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캐논법은 규문주의 소송절차를 채택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규문주의란 형사소송절차의 심리가 일정한 소추권자의 소추에 의하지 않고 법원의 직권에 의하여 행해지는 주의를 말합니다. 일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권력의 견제 없이 법원이 단독으로 심판하다보니 고문은 합법화되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캐논법을 토대로 정당화된 마녀사냥은 그리스도교 이외의 어떤 사상과 움직임도 용납할 수 없었던 중세사회에서 대다수 민중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마녀라는 이름의 희생양을 통해 대리 해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동시에 마녀를 따돌린 우리사회는 안전하다는 만족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지배층의 하나의 사회통합 수단이었던 셈이죠.

이어서 다음편에서 동양 역사에 등장하는 악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6기 나명채 기자
청소년 웹진 MOO 7월 작성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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