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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시대를 울린 세계의 악법 ② 동양 : 고려복수법과 살생금지령

작성자
나명채
작성일
2016-10-13
다음은 악법이 지배했던 사회의 무대를 동양권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로 비유되는 함무라비 법전과 마찬가지로 보복주의를 채택한 법이 고려에서도 한동안 집행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려 복수법입니다. 복수법을 제정한 왕은 고려 제 5대 임금인 경종입니다. 먼저 법 제정의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버지 광종의 호족약화정책으로 인해 당시 호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종은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달래준다는 명목 하에 호족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고자 복수법을 제정했습니다. 복수법의 시행으로 인해 조정은 피로 물들기 시작하는데요. 아버지 광종 때 시행된 과거제도로 등용된 신진 세력들을 처참하게 죽이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여러 곳에서 함부로 살인을 저지른 후, ‘복수법에 따라 합법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죠.

호족들의 복수전은 약 1년간 지속되었는데, 급기야 재상 왕선이 복수를 빙자하여 태조의 아들인 효성태자와 원녕태자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왕의 권위까지 위협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경종 임금은 1년만에 복수법을 금지시키고 재상 왕선을 귀양 보냅니다. 복수법을 이용한 공포정치가 종결될 무렵 살아남은 호족 공신은 고작 40여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화합정치를 모색하려는 경종의 의도에서 시작된 복수법은 대대적인 정적제거와 복수극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는데요. 보복과 살인을 허용한 악법 덕에 고려 조정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또 다른 법은 일본에서 시행된 살생금지령입니다. 일본 에도 막부 시대 제 5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아들을 가지지 못했는데요. 한 스님으로부터 그 이유가 전생에 살생을 많이 했던 업보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됩니다. 아들을 갖고 싶다면 당장 살생을 멈춰야 하며 특히 쇼군이 개의 해에 태어났으니 개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조언을 듣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조언이었지만 당시 쇼군은 이 말을 굳게 믿었습니다.

절대 권력자인 쇼군은 쇼루이아와레미노레이라는 살생금지령을 반포하는데요.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법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 법은 당시에도 파장이 매우 컸습니다. 어부나 목축, 사냥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피를 빨아먹던 모기를 잡았다고 처벌받은 경우도 있었고 자기 몸에 올라온 쥐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처벌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스님의 말을 곧대로 믿었던 쇼군은 특히 개를 학대하면 엄벌에 처하도록 명령했는데, 개들끼리의 싸움을 말리다가 상처를 입히기만 해도 관리들에게 체포당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법은 도쿠가와 쓰나요시가 죽을 때까지 20년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도쿠가와 쓰나요시 입장에서는 업보를 덜어냈다고 만족했을지 몰라도 이 때문에 고생하다 목숨까지 잃어버린 백성들의 피해를 배상해주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근거없는 통치자의 몇마디 명령에 백성들은 고생하다 목숨까지 잃는 사람이 생긴 것입니다. 1709년 도쿠가와는 죽으면서 이 법만은 사후에도 준수하라고 유언을 남겼으나 후대 쇼군이 이것을 폐지하며 살생금지령이 내려졌던 공포의 20년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두 편에 걸친 기획기사를 통해 인류사에 등장했던 악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악법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토대로 법의 내용이 과연 악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 악법을 통해 자행되었던 수많은 악행들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역사를 토대로 우리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악법'이 무고한 시민들을 위협하지 않도록 늘 견제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합니다.

16기 나명채 기자
청소년 웹진 MOO 7월 작성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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