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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질문하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하여

작성자
나명채
작성일
2016-10-13
당신에게는 망설이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있나요? 지난 2010년, 서울에서는 G20 회의의 폐막식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개최국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담당해준 한국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기로 합니다.

넓은 기자회견장에는 순간 정적이 흐르고, 손을 들어 질문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한국기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황한 기색을 나타내며 거듭 질문할 한국기자가 없는지 되묻습니다.

정적을 깨고 한 명의 기자가 일어났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닌 중국 기자였습니다. 그는 질문을 하지 않는 한국 대표 대신, 아시아를 대표해서 본인이 직접 질문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준 것이므로 한국 기자가 발언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결국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로 넘어가고 맙니다.

영상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불편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만약 나에게 질문권이 주어졌다면 나는 질문할 수 있었을까?'라는 또 하나의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없기 때문이죠. 당장 수업시간만을 떠올려 보더라도 기자들이 이 상황에서 겪었을 고충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의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혹여나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부담감을 느끼고 질문할 시간이 주어지면 '나 말고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미루기가 다반사입니다. 정적을 깨고 손을 들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이겨내고, 궁금한 내용에 대한 답변을 얻는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굉장히 어렵고 꺼려지는 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심지어 웃어른에게 반복해서 질문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어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표시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궁금한 점에 대해서 당당하게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만 합니다. 질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즐거움을 창출해내기 위해 우선되어야할 것은 나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의 변화입니다. 타인의 질문 내용을 경청하고 비난하지 않는 것. 질문을 통해 드러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해도 넘어가게 되는 분위기 속에서 받는 교육. 변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16기 나명채 기자
청소년 웹진 MOO 8월 작성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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