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생김새가 눈물 모양을 닮았다하여 ‘인도의 눈물’이라고도 불리 우는 스리랑카. 이곳에서 일어난 비극을 한 가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스리랑카 내전 당시, 열다섯 살 소녀 ‘Aruna’는 반란군의 지속적인 강제 징집 요구를 받게 되었습니다. 강제 징집을 거부하자 그녀의 집은 불타버렸고, 가족들이 도망친 뒤 혼자 남은 열 다섯 살 소녀 Aruna는 결국 반란군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Aruna’같은 여자 아이들은 자살폭탄 테러의 희생양이 되었고 어린 남자 아이들은 최전방에서 총알받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소년병 징집의 나이 제한이 별도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이러한 일들이 국제법상으로 합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전 세계의 30 만 명이 넘는 소년병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2002년 UN 조약이 발효되었습니다. 징병이나 무력전투에 직접 참전하는 경우 최소 연령을 18세로 제한하는 본 법령의 발효를 이끈 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국제 인권 단체 ‘Human Rights Watch’입니다.
‘HRW’는 1978년, 소비에트 권역 국가들이 헬싱키 협약의 인권 조항들을 준수하는지 감시하기 위한 ‘헬싱키 워치(Helsinki Watch)’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헬싱키 워치가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자 이후 ‘아메리카스 워치’ ‘아시아 워치’등의 다른 워치 조직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1988년 마침내 모든 조직들이 ‘Human Rights Watch’로 통합되었습니다. 현재는 미국을 본부로 하여 홍콩, 모스크바, 런던 등 전 세계 20여개 주요 도시에 지부를 둔 세계 최대의 인권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Human Rights Watch’는 국제적인 인권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는 믿음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념 하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인권 위반 실태를 조사하여 여성과 아동 인권,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의 권리, 난민과 환경 등의 15가지 분야로 나눠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마다 보고서와 책의 발행을 통해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정부나 개인들이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고, 권고를 통해 개선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HRW는 수많은 인권 유린 사례를 전 세계에 알리며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소년병 징집 금지 조약과 더불어 1997년에는 국제지뢰 금지운동을 벌여 UN 차원에서 대인지뢰 금지조약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협약이 제정된 이후 15년간 2억개로 추산되는 지뢰 중 약 5천만개가 제거되었으며, 협약 당시 한 해 2만 6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도 약 4천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바탕으로 HRW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수호를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UN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HRW’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어떠한 정부 혹은 정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체의 자부심이기도 한 조사 활동에 있어서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과거보다 인권 신장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21세기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참혹한 인권 유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 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야’라며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더 나아가 우리의 자녀가 살아가야 할 사회임을 직시해야합니다. 단순히 문제점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때, 비로소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16기 나명채 기자
청소년 웹진 MOO 9월 작성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