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회이야기

우리 시대의 비판적 지성, 존 버거를 추모하며

작성자
오혜주
작성일
2017-01-26
지난 1월 2일, 영국의 저명한 미술·사회비평가 겸 소설가인 존 버거가 향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 존 버거의 발자취를 소개하겠습니다.

대표작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의 1972년 저서인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그가 BBC 방송에서 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존 버거는 이 책에서 주로 작품의 양식이나 형식을 분석했던 기존의 서양미술 비평과 전통적인 미술 감상법에 도전장을 던지며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볼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양식과 형식 뿐만 아니라 작품 의뢰자나 소유자의 지위, 작품에 담긴 정치·사회적 관점, 인종이나 젠더 문제 등을 분석해야한다는 버거의 주장은 작품 이면의 이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반 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미술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손꼽히고 있으며, 일반인들의 교양서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부커상 수상작 <G>
존 버거는 소설 <G>로 1972년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작가 한강이 수상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맨부커상의 엣 이름입니다. 이야기는 유럽의 부르주아 문화 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G의 일대기를 따라 전개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입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이야기 중간중간에 철학적 사색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이 불쑥 등장하는 등의 파격적인 형식은 독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존 버거는 이 작품으로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상금 절반을 흑인민권운동을 위해 '블랙 팬더스'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그는 수상 연설에서 “부커상의 재원이 식민주의 착취를 통해 조성된 만큼 이렇게 기부하는 것이 내 사상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저서 <제7의 인간>
존 버거는 나머지 상금 절반으로 터키 사진작가 장 모르와 함께 글과 사진이 교차하는 형식의 책인 <제7의 인간>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했는데, 이민노동자 문제에 대한 고발을 넘어 그들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찾아나가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다음에 소개할 영화 <존 버거의 사계>에서 존 버거가 자신의 모든 저작물 중 하나만을 남긴다는 가정 하에 선택한 책이기도 합니다.

영화 <존 버거의 사계>
<존 버거의 사계>는 틸다 스윈튼, 콜린 맥케이브, 크리스토퍼 로스, 바르테크 지아도시가 5년에 걸쳐 촬영한 각기 다른 네 개의 에세이 영화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네 편의 주제는 각각 ‘듣기’, ‘동물과 죽음’, ‘정치’, 그리고 ‘다음 세대’로, 첫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은 존 버거의 다정함을, 두 번째와 세 번째 작품은 그의 실험성과 단호함을 담아내 그의 다양한 철학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존 버거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이야기꾼인 것은 내가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은 전선을 누비는 금지품의 전달자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2016년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상영작으로, EIDF 홈페이지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존 버거는 위에 소개된 작품들 외에도 2008년 부커상 수상 후보작에 올랐던 <A가 X에게>, 사진 비평 에세이의 기념비적 작품인 <사진의 이해>, 존 버거의 남다른 감수성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아픔의 기록> 등의 많은 저서를 남겼습니다.

존 버거의 주요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온 도서출판 열화당은 3월에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온그라운드갤러리에서 추모 특별전 ‘존 버거의 스케치북 그리고 그의 초상’을 열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사를 읽고 존 버거에 관심이 생기신 분께서는 기회가 된다면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존 버거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결코 시들지 않고 오래도록 빛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와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공누리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청소년정책과
  • 문의처 032-440-2923
  • 최종업데이트 2023-08-23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