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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가다

경제학의 양심에게 묻다.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 가상 인터뷰

작성자
나명채
작성일
2016-02-23
오늘은 경제학계의 테레사 수녀, 경제학의 양심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계신 아시아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과의 인터뷰 일정을 잡느라 정말 힘들었는데요.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영광입니다.


Q1. 교수님은 1970년대 초반부터 후생경제학과 관련된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시다가 빈곤 지수의 개발을 통해 빈곤의 정도를 수리적 지표로 나타내는 연구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아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하시게 되셨는데요. 특별히 ‘빈곤’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1. 네, 있습니다. 저는 1933년에 인도 벵골에서 출생했습니다.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던 중, 1943년도에 벵골 대기근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최소 3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초유의 사태였죠. 당시 제가 아홉 살이었는데 그 광경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인도에 식량이 충분히 있었더라면 그처럼 어마어마한 인명 손실은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후로 기아와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연구를 통해서 전 지구적인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Q2. 300만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간 대기근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더불어 아홉 살 때 세계적인 기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셨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벵골 대기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A2. 전쟁 중이었던 영국 처칠 수상이 인도를 대상으로 쌀 수탈 정책을 펼쳤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부족했던 식량을 인도에서 보충하려던 의도였습니다. 이로 인해 쌀값은 4개월 만에 61%, 6개월 만에 다시 4배가 폭등했습니다. 사람들은 배고픔에 점점 야위어서 결국 대기근 사태를 겪게 되었습니다.

Q3. 전쟁으로 인해 벌어진 비극적인 참상이었군요. 뾰족한 해결방법은 없었나요?

A3. 안타깝게도 인도의 농촌 노동자들은 폭등한 쌀값을 감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식량을 살 능력이 없었기에 분배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하지만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대기근이 발생했던 당시에 식량 공급량은 그다지 줄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집필한 「빈곤과 기아 : 자격과 박탈에 관한 에세이(1981)」를 참고하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결국 대기근의 원인이 식량 공급량의 감소 때문이라기보다는 임금 감소, 실업, 식량가격 상승, 식량 배급 체계 미비와 같은 수많은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발된 기아였습니다.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였죠.

Q4. 그 후로 교수님 덕분에 빈곤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교수님은 빈곤지수의 개발을 통해서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셨는데요. 교수님의 빈곤지수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A4. 빈곤 지수의 기본 개념은 간단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수준 이하로 살고 있는 국민의 비율을 수치로 계량화하는 것입니다. 이 지수를 통해서 수명, 지식, 적절한 생활수준을 박탈당한 소외된 사람들의 비율을 측정해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서 한 나라의 복지수준이나 경제안정성 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기존의 GDP 지표가 반영하지 못했던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도록 보완을 해낸 셈이죠.

Q5. 빈곤지수를 구하는 공식이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요. 독자분들이 이해하실 수 있도록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A5. 네, 물론이죠. 빈곤지수를 구하는 공식은 빈곤율 x {1 - 빈곤인구 평균소득 / 빈곤선 x (1 – G)}입니다. 용어들이 생소하실 수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G’는 빈곤인구간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입니다. 다음으로 ‘빈곤선’이라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수준을 의미합니다. 빈곤선은 나라의 사정에 따라 상대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빈곤율’이라는 것은 앞서 말씀 드린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냅니다.

Q6. 빈곤지수의 개발은 개인의 삶의 질까지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었다는 기존의 한계를 깨뜨린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희 나라의 경우도 1999년부터 이 지수를 도입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주요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6. 사회적 선택이론과 빈곤 지표, 기아문제에 대한 실존분석연구처럼 기아와 빈곤문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의 새로운 틀을 확립하는데 공헌했다는 사실이 제 연구만의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벨상위원회의 의견을 들어보니 경제학의 사회적 토대에 관한 제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주로 시장경제분야를 연구하는 보수적인 학자들에게 수요하던 몇 십년간의 전통을 깨고 제가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쥐었죠.(웃음)

Q7. 동양인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A7. 앞으로의 경제학 발전을 위해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몇 마디 남기겠습니다. 저는 ‘발전’의 개념을 ‘사람들이 저마다 향유하는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고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경제 발전에 있어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대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인류가 지향해야할 목표입니다. 자유의 확대를 바탕으로 정책 입안자들은 당면한 고통을 완화시키는 단기적인 방법보다는 공공사업의 추진 또는 물가 안정 등의 정책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수많은 경제학도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사회 개혁을 위해 힘을 합칠 때, 비로소 전 지구적인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랍니다.

소중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경제학의 양심,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 교수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16기 나명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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