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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

여고생,'판타시아'를 만나다: 동아시아 페미니즘

작성자
도은영
작성일
2015-11-04
MOO독자는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필자의 경우, 고등생의 신분으로 미디어를 통해 접한 페미니즘의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필연적으로, 많은 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으며 깊은 접근이나 순수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여기, 학생 수준에서도 미술로서 페미니즘의 이해를 넓히고 좀 더 깊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시립미술관에서 11월 8일까지 열리는 <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시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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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시아>전(이하 판타시아전)은 동아시아 여성미술의 현재와 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한다. 현 페미니즘을 기존의 여성중심주의 차원을 넘어 부계사회의 사회, 구조적 모순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로 밝히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판타시아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토대된 14인의 여러 작품을 통해 여성미술을 물론 페미니즘의 미술의 이해를 높이도록 한다.

그렇다면 판타시아의 어떤 특성으로 고등생으로서, 여고생으로서 페미니즘을 더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여고생인 필자의 입장에서 느꼈던 판타시아와 페미니즘의 미술을 소개한다.

-여성의 이야기=/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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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시아전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각자만의 개성과 주제로 뽐내는 것 역시 모두 다르면서도 ‘여성’이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진다. 하지만 이 전시를 돌아보며 가장 어색했던 것은 바로 비행기 바퀴와 숯 퍼포먼스였다. 각자 이름만 들어도 ‘여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두 가지 모두 각자만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 거꾸로 세워진 채로 헌옷에 감싸진 비행기 바퀴는 글로벌리즘과 중국의 급속한 사회발전 뒤 명암을 비판한다. 또한 숯 퍼포먼스는 나무에서 장작, 장작에서 숯, 숯에서 화약의 재료가 되는 생명 순환성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는, 두 작품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그를 넘어서 세계적, 본질적 문제를 담아내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서두의 언급과 함께, 고등생으로서 접했던 페미니즘 정보의 제한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애에게 인기있는 여자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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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시각에서 가장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것은 바로 ‘여자’로서의 본질적인 자아를 찾게 해준 것이었다. 치하루 시오타의 작품 <꿈의 이후>는 여성 판타지의 기표로 등장하는 순백색의 드레스를 통해 여성의 억압을 비판하며 밍 웡의 경우 여장을 한 채 아름다운의 의미를 되물으며 정형화된 미의 개념에 도전한다. 또한 이진주의 경우 채색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내적 참구가 여성적 판타지로 파생되었음을 알고 그를 표현한다. 이들 모두 필자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준 이유는 흔히들 ‘여성스럽다’는 성격이 아니라 ‘남성스러운’성격을 가진 필자에겐 공감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활발하게 행동하고 큰 소리를 내며 친구들과 장난치는 것이 좋은 여학생으로서 가장 모순되는 것은 바로 ‘여학생’의 이미지였다. 같은 또래의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조용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여학생인’ 내가 되어보다가도 다시 실패하면 나 자신에 대해 낙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하나의 여성으로서, 여학생에게도 여성 판타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 아름다워야만 하는‘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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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엄마의 꿈은 현모양처였으나, 아직까지도 많은 엄마들은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아니 되기를 요구 받고 있다. 사실상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가사노동을 하는 가족구성원을 떠올리라 하면 우린 곧바로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가사노동이 아름답게 여겨지면서 말이다. 그러나 판타시아전의 린 티안미야오는 이를 비판한다. 식칼, 절단기 등과 같은 일상이 오브제를 뼈와 실로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조각품을 탄생시킨다. 이 조각품은 여성의 오브제로 일컬어지는 실과 가사 노동의 의미를 담는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고단한 여성의 삶을 나타내고자 한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에서 가사분담이 전 가족에게 부담되어야 한다며 배워온다. 그러나 이처럼 사실상 많은 학생들은, 필자는 엄마의 가사노동에 대해서 당연하게 혹은 불가피하게 여겨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생을 담는 ‘아름다운’ 모성애가 사실은 사회적, 구조적인 폭력으로 억압되어온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해주었다.

이처럼 판타시아 전에서는 이들 말고도 여성의 성적 판타지, 부계적 구조의 비판 등을 담아낸 다양한 페미니즘 작품들이 존재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페미니즘의 주제로 과연 고등학생이 그 미술과 의미를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여고생의 시각으로서 그 의미를 충분히 느끼고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MOO 독자들도 페미니즘이 어렵게만 느껴지거나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판타시아 전에 직접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형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기사를 통해 여고생의 시각으로도 페미니즘을 얕게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15기 도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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